[워싱턴 라운지-배병우] 워싱턴 일대 집값 상승 ‘불안한 호황’

입력 2012-07-22 19:31

최근 한국 공공기관의 미국 워싱턴DC 주재원으로 발령받은 김모씨는 1주일 가까이 버지니아주 한 호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사발령이 갑자기 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적당한 가격대의 집을 구할 수 없어서다.

워싱턴DC 교외 지역인 버지니아주 매클린, 비엔나 지역 단독주택의 월세는 3200달러(약 365만원)를 훌쩍 넘어선다. 가격을 깎으려고 협상하다 보면 높은 가격을 부른 세입자가 나타나 물량이 금방 동난다.

3년 만에 워싱턴을 다시 방문한 경제부처 관리는 “워싱턴 시내의 교통량이 20% 이상 늘어난 것 같다. 예전에는 이렇게 혼잡하지 않았는데…”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워싱턴 시내와 근교 지역만 보면 미국의 경제 사정이 안 좋다는 말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버지니아주의 6월 실업률은 5.7%로 전국 평균(8.0%)에 비해 2.3% 포인트나 낮다. 특히 연방정부 계약 사업자가 몰려 있는 알링턴, 패어팩스 카운티 등 버지니아주 북부(Northern Virginia)의 5월 실업률은 4.2%에 그쳤다. 버지니아주 북부의 6월 주택매매 건수는 352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자릿수(11.63%)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그 전달에 비해서도 6.28% 늘어난 수치다.

워싱턴DC 지역이 경제위기 무풍지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공화당은 경기 부양을 위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연방예산 지출 증가로 수도권 일원만 살찌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기다 ‘대선 특수’도 한몫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선이 있는 해에 양당의 대선캠프 증원과 마케팅·광고 수요 등으로 약 2만명이 수도권으로 이주한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나홀로 상승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재정 절벽(fiscal cliff)’에 대한 우려다. 지난해 통과한 예산통제법에 따라 올해 말까지 양당 간 추가 재정감축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1조2000억 달러의 예산지출이 자동 삭감된다.

버지니아주 조지 메이슨대 스티븐 풀러 교수는 “이 경우 버지니아주에서 20만7000명, 워싱턴DC에서는 12만7000명이 실직자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