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로라시 극장 총기난사] ‘다크 나이트’ 현장서 살신성인 영웅들 있었다
입력 2012-07-22 19:30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시의 극장은 주말을 앞두고 데이트를 즐기던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구하고 목숨을 잃은 3명의 영웅들도 그런 평범한 젊은이였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은 전직 군인 존 블렁크의 사연을 소개했다. 사건 당시 여자친구 얀센 영과 함께 있었던 그는 총기난사범 제임스 홈스(24)가 각종 총기로 무장한 채 상영관 안으로 들어왔을 때 상황의 심각성을 바로 알아채고 여자친구를 바닥으로 밀어 엎드리게 했다. 곧 극장 안은 폭발음과 비명으로 가득 찼다.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던 얀센에게 존은 “지금 한 남자가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있어. 조용히 엎드려 있어야 해”라고 속삭였다. 무차별 총격으로 주위가 온통 피로 뒤덮인 상황에서도 얀센은 존이 내내 자신을 감싸 보호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의 등을 누르고 있던 존의 팔이 느껴지지 않았고, 총격이 잦아들어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돼서야 존이 숨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얀센은 “그때 존이 옆에 없었다면 제가 오늘 여기 있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그는 진짜 영웅”이라고 말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대형 할인점 ‘타겟’ 직원인 맷 매퀸, 대학원 졸업생 알렉스 티브스도 현장에서 여자친구를 보호하다 숨졌다. 사고가 난 뒤 한참 뒤에도 현장에선 희생자들의 휴대전화가 울리고 있었다고 허핑턴포스트는 전했다.
NBC 덴버지역방송의 아침 토크쇼 진행자 피터 번스는 다음날 오전부터 희생자들의 사연만 방송하고 있다. 총기난사범의 이야기가 집중 부각되는 잘못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유족들의 생각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총기난사 사건을 돌아보면 우리는 희생자는 모른 채 범인들의 얘기만 기억하고 있지 않느냐.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사망자는 12명, 부상자는 58명이다.
용의자 홈스는 자신의 아파트에도 폭약을 설치하는 등 수개월 전부터 범죄를 준비해 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파트에 정교하게 장치된 폭약은 건물 한 채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콜로라도대 박사과정에 진학, 신경과학을 전공했으나 올해 초 성적 불량 등으로 중퇴했으며, 내향적이고 ‘외톨이’였으나 우수한 학생이었다고 고교 친구들은 전했다.
폭스뉴스는 경찰이 공범을 추적 중이라며 “누군가 홈스를 풀어주지 않으면 폭력을 사용하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보냈고, 경찰은 즉시 그 용의자를 찾아 경계경보를 발령했다”고 보도했다. 홈스의 대학 동료도 용의선상에 올랐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