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 기선완 교수 “암처럼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
입력 2012-07-22 19:21
전문가 진단
정신장애는 광범위한 질병군을 포함한다. 현실 검증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려 누가 봐도 심각하게 느껴지는 조현증(정신분열증)에서부터 경미한 우울 증상에 이르기까지 정신장애에 속하는 질환들은 그 질환의 범주나 심각성에서 매우 다양한 편차를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정신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니코틴(담배) 관련 장애를 제외하고도 25.5%다. 정신장애는 높은 유병률과 더불어 개인의 인생과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겉으로 멀쩡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직장에서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 개개인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인 오늘의 현실에서 국민의 건강, 특히 정신건강은 그 나라 인적 자원의 질적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정신장애도 암처럼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 단계부터 포착, 치료를 해야 결과가 좋다. 주요 정신장애인 조현증 역시 첫 진단과 치료를 병의 진행 과정에서 언제 시작했는지에 따라 장애 극복 여부에 큰 차이를 보인다. 증상이 생기고 이것이 주변에 노출돼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상하다는 낙인이 찍혀 사회적 관계가 모두 끊기게 됐을 때는 치료를 해도 다시 정상적인 정신건강을 회복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우울증을 비롯한 기분장애의 경우 발생 초기에는 대개 심리적·사회적 스트레스 영향이 크다. 즉 어떤 사람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큰 유전적 소양이 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스트레스를 만나지 않으면 발병하지 않는 것이다. 우울증 예방에서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우울증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 상태에서 스트레스에 반복 노출돼 재발을 거듭할 경우 나중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도 발병하게 된다. 반복된 기분장애 자체가 재발의 길을 트는 것이다. 따라서 우울증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첫 발병 때 치료를 철저히, 그리고 꾸준히 받도록 해야 한다.
노인의 대표적 정신장애인 알츠하이머 치매와 대표적 물질사용장애인 알코올중독도 마찬가지다. 치매 발병 직전의 가벼운 기억력 장애(경도인지장애) 정도의 상태와 위험 음주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환자의 건강과 가족의 안녕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치료가 늦어지고 복잡한 의학적·심리적 후유증들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환자 자신의 안녕은 물론 가족 해체와 같은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만들게 된다.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 역시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아주 중요하다. 어떤 아이의 이상행동이 적절한 정신과적 치료와 주변 사람의 이해 속에 보듬어질 때와 그 아이가 친구 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아이로 인식돼 따돌림을 당할 때를 상상해 보면 그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신장애는 무엇보다 주위 사람과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먹고 치유되고 극복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가톨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