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2년 앞둔 한탄강댐 공사현장 가보니… 물막이 상류 온통 황톳물, 녹조현상까지

입력 2012-07-22 21:59


준공을 2년가량 앞둔 한탄강 홍수조절댐이 장마철을 맞아 물을 가두고 있는 현장을 국민일보 취재팀이 포착했다. 이 과정에서 수몰지의 식생과 자연경관이 흉하게 훼손되고 있으며, 수몰 예정지 바깥의 하류에서도 수중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경관이 빼어났던 재인폭포의 진입로가 장마철에 수몰됐고, 물막이 하류에서는 한때 되돌아왔던 다양한 민물고기들도 다시 보기 어려워졌다. 한탄강·임진강 인근의 주민들은 생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

취재팀은 장마가 한창이던 지난 12∼13일 한탄강댐 콘크리트 물막이가 들어선 경기도 연천읍 고문리를 시작으로 연천군 전곡읍, 포천시 관인면 일대의 수몰예정지를 돌아봤다.

◇호수로 변한 협곡=한탄강은 수많은 폭포와 용소를 거느린 현무암 협곡으로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신생대의 화산활동으로 북한지역의 강원도 평강고원에서 분출한 용암이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만든 협곡이다.

하지만 연천읍 고문리에는 이미 거대한 콘크리트 물막이가 강의 흐름을 막고 있었다. 물막이 옆의 산기슭에다 터널을 뚫어 하류로 물을 흘려보내고 있었지만 그 양은 미미해 하류지역인 연천군 전곡읍 쪽의 강 수심은 깊은 곳이 1m에 지나지 않았다. 평소 장마철의 최대 수심 5m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었다. 그에 비해 물막이 상류 쪽에는 좁은 협곡이 거대한 호수로 변해 있었다. 물은 시뻘건 황토색을 띠고 있었으며, 군데군데 녹조현상마저 나타났다.

◇수몰되는 재인폭포=한탄강 협곡의 백미인 고문리 재인폭포는 더 이상 절경이 아니었다. 재인폭포 밑에는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물막이에서 상류로 2㎞쯤 떨어진 재인폭포는 18m 아래의 소로 푸르고 투명한 물을 여전히 수직으로 쏟아냈지만 이내 붉은 호수로 흘러들면서 신비로움을 잃고 만다. 게다가 폭포의 벽면을 이루는 현무암의 주상절리는 곳곳에 시뻘건 진흙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호수의 물이 상류로 역류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재인폭포에서 50m쯤 하류로 내려오자 주변의 밤나무, 신갈나무, 아까시, 느릅나무 등 50∼100년생 아름드리나무들이 장기간 물에 잠긴 탓에 고사해 있었다.

수자원공사 임진강사업단 관계자는 “재인폭포 진입로가 일년에 보름가량은 물에 잠겨 접근이 불가능하다”면서 “연천군과 협의를 거쳐 재인폭포 하류로 내려가지 않고도 폭포를 볼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마철에 웬 물 부족=장마철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도 한탄강댐 물막이 하류는 수심이 30㎝∼1m에 불과했다. 오랜 침식으로 수심이 깊은 곳으로 유명한 하류의 자살바위 부근(옛 연천댐 물막이 아래)도 수심이 겨우 1m였다. 한탄강의 비경을 밑천으로 단체민박, 래프팅, 생태관광 등을 생업으로 삼아온 하류의 마을주민들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장마철과 장마 직후에는 많은 낚시꾼이 한탄강을 찾는다. 특히 전곡읍 신답리, 궁평리 일대는 유명한 포인트다. 그러나 낚시꾼은 잘 안 보였다. 이날 만난 유일한 낚시꾼 하모씨는 “하루 종일 쏘가리 한 마리밖에 못 낚았다”면서 자리를 떴다. 전곡낚시마트 주인 김광운씨는 “1∼2년 전부터 수량이 줄면서 고기가 머물 웅덩이 같은 공간이 사라져 어종과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약 10년 전부터 올라오던 참게는 나타나는 기간과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김씨는 “이곳은 2000년 5월 약 200m 상류의 연천댐이 철거된 이후 쏘가리뿐 아니라 한국 특산종인 묵납자루, 갈겨니, 모래무지, 돌고기, 쉬리, 퉁가리, 돌마자 등 다양한 계류성 어종이 되돌아왔던 곳”이라고 아쉬워했다.

◇한탄강댐 논란 재연될 듯=한탄강은 철원군 북한지역에서 발원해 철원, 연천을 거쳐 임진강과 합쳐진다. 홍수조절댐으로 들어섰던 연천댐은 두 차례 무너지면서 2000년 아예 철거됐다. 연천댐 철거와 함께 더 상류 쪽에 한탄강댐을 건설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홍수조절 효과와 경제성 여부를 둘러싼 국토해양부와 환경단체들 간의 오랜 공방이 이어진 끝에 다목적댐이 아닌 ‘홍수조절 댐’을 짓기로 결정됐다. 7년여 논란 끝에 2006년 8월 노무현 정부가 공사개시를 승인한 것이다. 총 사업비 1조2864억원이 책정됐고, 2014년 완공될 예정이다.

연천·포천=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