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CD금리’ 은행·증권·당국 서로 발뺌… 서민만 봉됐다

입력 2012-07-22 19:09

‘식물금리’로 전락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이들은 결국 서민층이었다. CD 금리가 시중금리의 인하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사이 서민들은 금리 차별을 받고 이자 폭탄에 신음했다. 반사이익을 누린 금융회사와 이를 사실상 방조한 금융 당국은 조작 의혹을 부정하며 책임을 회피할 뿐이다.

2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지난 5월 가계대출 금리는 연 5.51%로 지난해 말(5.37%)보다 0.14% 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금리가 연 5.81%에서 5.74%로 0.07% 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잔액 기준으로 봐도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의 하락 폭은 0.07% 포인트로 기업대출 금리 하락 폭(0.14% 포인트)의 절반에 불과했다. 기업대출 금리가 금융채 등에 연동돼 시장의 저금리 기조를 비교적 제대로 반영한 반면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은 높게 고정돼 있는 CD 금리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CD 금리는 지난 4월 9일부터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직전인 지난 11일까지 3개월여간 3.25%에서 멈춰 있었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31% 포인트 하락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은행권의 CD 금리에 연동된 가계대출은 166조원이다. CD 금리가 이 기간 0.31% 포인트 하락했다면 은행권에서 돈을 빌린 서민들이 3개월간 부담할 이자는 약 1286억원 줄어들게 된다. 전 금융권의 가계와 기업·공공대출을 합치면 CD 금리 연동 대출 규모는 324조원에 이른다.

CD 금리가 수상하게 고정돼 있는 동안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이례적으로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단기 금리인 CD 금리가 국고채 3년물 금리보다 1년 가까이 높게 유지된 것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금리 역전보다 3배 이상 긴 기간이다.

식물금리를 만든 장본인인 금융회사들은 CD 금리 하락이 회사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은행권은 “예금상품 중에도 CD 금리와 연동되는 상품이 많아 CD 금리가 고금리로 유지된다고 해서 은행에 득이 될 것은 없다”며 조작 의혹을 부정했다. 증권사들은 “은행의 CD 발행이 급감한 것이 원인인데 식물금리의 책임을 증권사에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서민 부담이 가중되는 동안 CD 금리 대체 작업에 게을렀던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를 감싸고돌기만 한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회사들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시장지표를 조작해 얻을 이득은 크지 않다”고 변호했다.

이경원 강창욱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