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서 100만원 쓴 B씨, 카드회사 전화해…결제 잘못됐으니 환불해달라, 카드업계 ‘블랙컨슈머’ 골머리
입력 2012-07-22 20:55
직장인 A씨는 지난달 15일 사용내역이 130만원으로 결제돼 있는 카드 명세서를 확인하고 당황했다. A씨는 곧장 카드사를 찾아가 “결제가 잘못됐으니 카드사가 책임지고 환불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A씨의 거센 항의에 놀란 카드사 측이 가맹점을 직접 찾아 가 확인한 결과, 친구들과 양주 5병을 마시고 술에 취해 A씨가 계산을 한 상황이었다. A씨는 이를 알면서도 생각보다 많이 나온 카드값을 줄여 보고자 항의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들어 카드업계에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블랙컨슈머는 본인의 이득을 위해 의도적으로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22일 각 카드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본사 소비자센터에 접수된 결제 취소 문의는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15∼30% 정도 늘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한 달에 400건 정도의 문의가 들어왔지만 최근에는 600건 이상의 문의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이 처럼 취소 문의가 늘어난 것은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카드값에 부담을 느낀 일부 소비자들이 블랙컨슈머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카드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실제 결제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카드사는 20만원 이상 결제와 3개월 이상 할부에 대해서만 중재를 할 수 있다. 이마저도 가맹점에서 정상적으로 결제가 됐다면 카드사에서 손을 쓸 수가 없다.
B씨는 술집에서 하루에 100여만원을 결제한 명세서를 받았다. 어떻게든 이를 무마하기 위해 B씨는 카드사에 찾아가 “내가 여자인데 술집에서 100만원을 쓸 일이 있겠냐. 누가 카드를 훔쳐 결제한 것 같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이에 카드사가 해당 술집을 찾아 실제 사용 여부를 확인하니 “B씨가 직접 결제한 것이 맞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B씨는 100만원 결제대금을 치렀다.
본인이 결제를 모르고 있었다며 문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C씨는 지난 6월 카드 명세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2만원 결제가 한 달 새 55건이나 있었던 것. 카드사에서는 ‘정상결제’라는 답만 돌아왔다. C씨는 결국 카드사 본사를 찾아 자세히 상황을 알아봤고, 중학생 아들이 게임 내에서 결제한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C씨는 “내가 결제한 것이 아니니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떼를 부렸지만 허사였다.
한 카드사 소비자보호 담당자는 “본인이나 가족이 결제한 상황이 분명한 데도 회사까지 찾아와 영업에 방해될 정도로 행패를 부리는 경우도 적지 않아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담당자는 “고객관리 차원에서 가능한 친절히 대응하지만 상습적인 카드 이용 불랙컨슈머들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