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망후 1300억 빼돌린 혐의… 선박업체 회장 부인·비서 ‘무죄’
입력 2012-07-22 21:20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뇌경색으로 남편이 쓰러지자 ‘예금 서명권자 사임서’ 등을 위조해 1300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후처 김모(48)씨와 비서 김모(49)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H선박업체 김모(사망·당시 75세) 회장의 후처인 김씨는 2001년 김 회장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치매 증세를 보이자 경리 업무를 담당했던 비서 김씨와 공모해 모 은행 홍콩지점에 입금돼 있던 회삿돈 1억1500만 달러(약 1330억원)를 빼돌려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회장은 후처 김씨와 1996년 혼인했고 전처인 김모씨와 사이에 3명의 딸을 두고 있었다.
H선박업체는 라이베리아 등 해외법인 명의로 선박을 여러 채 보유하면서 해상 운송업을 해왔다.
재판부는 “김 회장의 진료기록을 보면 2001년 사임서를 작성할 당시 김 회장이 뇌경색 등으로 인해 사임서 의미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정상적인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사임서의 필적감정 결과 역시 다른 사람이 김 회장의 서명을 흉내낸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이 정상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갖고 사임서에 직접 서명을 했다는 것이다.
이어 “서명권자가 바뀐 이후 피고인들이 회사자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금의 흐름은 의심스럽다”면서도 “이 같은 사정만으로는 사임서를 위조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