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체 ‘乙’이라는 이유로…‘엑스포 입장권’ 억지 구매

입력 2012-07-22 22:30


방산업체들이 방위사업청의 강압에 못 이겨 구입한 2012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 입장권이 1만1100여장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 중 가장 많은 입장권을 구입한 곳은 ‘현대위아’로 한꺼번에 3000장이나 샀다.

22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방산업체 여수엑스포 지원실적 현황’을 보면 방위사업청의 강매로 입장권을 구입한 방산업체는 총 10곳으로 구입한 입장권만 1만1199장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6일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에 ‘소속 기업들의 입장권 구매 현황을 보고하라’고 통보했고, 방진회는 이 문건을 작성해 지난 17일 보고했다.

문서에 따르면 현대위아가 입장권 3000장을 구매해 가장 많은 실적을 올렸다. 일반권 기준(장당 3만3000원)으로 계산하면 99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현대위아는 기계류 생산 업체로 군에 화포와 항공기 부품 등 방산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에서 이미 입장권 23만장을 지원했지만 방위사업청은 그룹 후원과 별도로 입장권을 구매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방진회가 2750장을 구입했고 STX엔진이 2700장으로 뒤를 이었다. STX엔진은 군에 직접 입장권을 지원해 군 장병들의 엑스포 관광 비용을 대신 치렀다. 이에 대해 STX 관계자는 “구입한 적이 없는데 집계 과정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에서 38억원을 지원한 한화도 입장권 구매에 참여했다. 풍산은 앞으로 1000장을 구매하겠다고 보고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정부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을(乙)의 입장”이라며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다음 수주를 생각하면 방위사업청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국토해양부가 입장권 구입 실적을 파악해 달라고 요청해 방진회에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