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좁다”… 기업들 해외 M&A로 눈돌려

입력 2012-07-22 18:41


‘위기를 기회로.’

국내 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해외 기업을 사들이거나 판권을 획득하며 글로벌 영토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불황 탓에 전 세계적으로 경기는 위축돼 있지만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는 오히려 적기라는 판단이다. 사냥감은 주로 유로존 위기로 사업체를 매각하려는 유럽과 미국 기업들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최근 1년 새 5개의 외국 기업을 인수한 삼성전자다. 지난해 7월 미국 반도체 개발업체인 그란디스를 시작으로 지난 17일 GPS 분야 세계 1위인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CSR(모바일 부문)까지 새 식구로 맞았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최근 3개월 동안 한 달에 1개꼴로 업체를 인수하는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표 참조).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역시 지난달 말 영국 롤스로이스사의 자회사인 롤스로이스퓨얼시스템즈를 사들이며 발전용 연료전지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LG그룹은 향후 이 부문을 차세대 성장엔진의 하나인 에너지 신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 6월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컨트롤러업체인 LAMD와 이탈리아 낸드플래시 개발업체인 아이디어플래시를 연거푸 사들였다.

또 지난해부터 제일모직과 EXR, 이랜드 등의 해외 브랜드 사냥이 두드러졌던 패션계에서는 지난 15일 신원그룹이 이탈리아 잡화 브랜드 로메오 산타마리아 인수를 발표한 바 있다.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지난 9일에는 스무디 음료를 파는 스무디즈코리아가 미국의 스무디킹 본사를 사들였다. 2007년 휠라코리아의 이탈리아 휠라 인수처럼 한국법인이 거꾸로 해외 본사를 집어 삼킨 ‘역인수’ 사례다.

현재 진행형인 곳도 있다. 효성의 IT 계열사인 노틸러스 효성은 브라질 최대 ATM 제조·서비스 기업인 이타우텍과 인수 협상 중이고, 제일기획도 미국 광고회사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해외 M&A에 뛰어드는 이유는 선진 기술력 확보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외연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유망한 기업들이 싼 값에 매물로 나오는 드문 기회라는 사실도 한몫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최근 “세계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내 사정은 다른 나라보다 양호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해외 기업의 M&A를 통해 해외 진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특히 유럽의 경우 당분간 정부와 은행의 자산 매각, 공기업 민영화 등으로 ‘알짜’ M&A 매물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역시 활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