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승훈] ‘김영란法’ 공론화

입력 2012-07-22 18:41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입법을 준비하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달 중 입법예고를 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김영란 권익위원장은 지난해 1월 취임 후부터 법안 마련에 힘써왔으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무회의에 제안했다가 정부 내 반대의견에 직면했고,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도 적용 범위와 기준의 모호성 등을 들어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그럼에도 목청을 높여 맞서 싸우지 않았다. 내용적으로나 시기적으로나 설익은 법안이 논란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뜻을 굽힌 건 아니었다. 지난 1년여 정부부처와 의견 조율을 해왔고, 시민단체·학계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반대 의견도 다각도로 검토했다. 대법관 출신의 최고 전문가임에도 다른 법률가들과 함께 조문을 다듬는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김 위원장이 이토록 오랫동안 공을 들여 준비했다는 건 그만큼 이 법안의 괴력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법안은 대가성이 없어도 공무원이 일정 금액(100만원) 이상의 금품·향응을 받거나 요구하면 처벌한다. 그동안은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받았다 해도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이 불가능했다. 주고받은 사람이 입만 맞추면 충분히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셈이다.

또 이 법안은 공무원이 누구에게든 청탁을 받으면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나 징계처분 대상이 된다.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로부터 간단한 민원이나 인사 청탁을 받더라도 해당 공무원은 신고해야 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돼 왔던 일들을 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정부가 어렵사리 법안을 내놔도 국회에서 입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역구 현안 해결이라는 미명 하에 민원을 해왔던 국회의원들이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사정을 감안하면 공론화 과정에서 강력한 반대 의견이 제기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거친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후의 과정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권익위가 섣불리 논란을 만들기보다 차분한 설득을 통해 입법에 공감하는 여론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고질적인 부패 관행을 일소하자는데 반대할 수 있는 논리는 없다.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