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광식] 행복한 삶을 위한 ‘1人 2技’
입력 2012-07-22 08:42
‘엘 시스테마(El Sistema)’. 시스템이라는 뜻의 평범한 스페인어인 이 단어가 몇 해 전부터 음악계에서 대단한 화제가 되고 있다. 남미의 나라 베네수엘라에서 폭력, 총과 마약, 음란 비디오에 익숙해 있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 악기 연주를 가르치는 과정에 협동과 질서, 책임과 의무 등의 가치를 알려주어 생활에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 담대한 프로젝트를 창설한 경제학자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는 “세상의 모든 문제는 배척과 소외에서 온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음악이 심어주는 영적인 풍요로움은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한다”고 말했다. 음악이 빈곤과 폭력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음악·체육이 가진 힘 크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은 체육수업의 확대다. 우리 학생들이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쉼 없이 경쟁하면서 공부하는 동안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고 그것이 폭력화하는 기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배출하는 수단으로서 체육수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게 되었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하버드의대 임상정신과 존 레이티 교수는 학생들이 하루의 첫 수업을 체육수업으로 시작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체육을 통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회의 규칙을 익히고 문제 해결력을 길러줌으로써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고,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음악과 체육. 이 부문들은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먹고살기에 바쁜 우리 삶에서 지금까지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져 온 게 사실이다. 우리 학생들은 게임이나 폭력 등으로, 성인들은 음주로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해 왔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효과가 없을 뿐더러 또다른 문제점을 낳는 원인이 될 뿐이다. 이제 음악과 체육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사람을 사람답게,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20-50클럽’에 가입하여 세계 7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지구상에서 인구 5000만 명에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지위는 아무나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삶이 바뀌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학교폭력, 주폭, 노령화 등의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않고는 더 이상 앞으로,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모든 국민이 음악이나 미술 등 문화예술 한 가지, 스포츠 한 가지에 꾸준히 참여하는 ‘1인(人) 2기(技)’를 실천하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1인 2기’를 통한 적극적 여가생활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나아가 직장인 음주·회식문화를 개선하는 데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년기를 즐겁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선진문화국가 진입의 분수령
우리 정부도 이처럼 사회분위기를 바꾸는 일에 힘을 보탤 것이다. 유명 예술인과 체육 스타들의 재능기부를 활성화하고, 기업 메세나 등과 연계한 문화·스포츠 동호회 활동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생활체육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유럽의 경제위기로 우리 경제도 어려운 이 시기에 내수 활성화를 위해 휴가철 ‘1박 2일’ 하루 더 여행하고, 휴가지에서 ‘1인 2기’를 실천해 본다면 경제위기도 좀더 쉽게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