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의 시인’ 윤동주 춤과 노래로 살아난다

입력 2012-07-22 17:50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윤동주 ‘서시’ 부분)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쉽게 글을 쓰는 우리 시대. 하지만 일제강점기 고뇌하는 지식인 윤동주(1917∼1945)에게 글은 한 줄 한 줄이 고통이었다. 서정적인 시어 속에는 암울한 현실에 휩쓸린 시인의 고통과 내적 갈등이 녹아 있다. 그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단 한 권의 시집을 사후에 남겼지만 후대에 가장 친숙한 시인 중 한 명이다.

시인 윤동주가 서울예술단의 근대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로 다시 살아난다. 춤과 노래, 이야기가 있는 뮤지컬 형식으로 광복절을 앞둔 8월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제목은 시인의 작품에서 따왔다. 그는 ‘달을 쏘다’라는 산문에서 ‘좀 탄탄한 갈대로 화살을 삼아 무사의 마음을 먹고 달을 쏘다’라고 썼다.

이 공연에서 달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윤동주의 머리 위로 항상 달이 등장한다. 그가 시를 쓰거나 사색하는 밤에 언제나 함께하며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갈등과 역사의 혼돈이 커질수록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몸집을 키워가다가 그가 죽으면 달도 사라진다.

공연은 윤동주의 청년 시절에 초점을 맞췄다. 창작활동이 활발했던 연희전문학교 시절이 주된 배경이다. 극본·작사를 맡은 극작가 한아름씨는 안중근 의사를 다룬 뮤지컬 ‘영웅’의 작가이기도 하다. 한씨는 “안중근은 사건이 많은데 윤동주는 그렇지 않다. 여러 증언에도 나오지만 큰 사건 없이 담담하게 살다 돌아가신 분이다. 드라마는 어차피 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작가로서 이것을 어떻게 풀지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나온 윤동주는 자신은 흔들리고 싶지 않았지만 파도 같은 주변으로 인해 흔들리는 사람으로 그려졌다. 윤동주의 동료인 송몽규 강처중 정병욱은 실존 인물. 윤동주의 연인 이선화만 가상의 인물이다. 윤동주의 시에 노래를 붙일 것인가는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윤동주 시 자체에 운율이 있기 때문에 시를 그대로 두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21곡의 노래가 나오지만 윤동주의 시가 노래로 불리지는 않는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한국적인 소재의 음악극과 무용극을 제작해온 서울예술단이 근·현대 가무극을 살리기 위해 마련한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다. 가무극은 춤과 노래를 기본으로 극적인 이야기를 엮어가는 종합무대예술이다. 윤동주 역에는 맑고 순수한 청년 이미지와 맞는 박영수가 캐스팅됐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