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설이 강했다… 일본에 5-0 완승

입력 2012-07-20 23:12

어깨가 예전 같지 않다. 달릴 때면 숨이 차오른다. 방망이를 잡은 손에 힘도 많이 빠졌다. 그러나 질 수 없다며 이를 악물었다.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일 레전드 매치 2012’. 아시아 최초의 3000안타 주인공 장훈(하리모토 이사오) 일본팀 단장의 시구가 끝나자 은퇴 야구인 모임인 일구회(한국)와 명구회(일본)는 자존심을 걸고 격돌했다.

선동열(49) KIA 감독과 사사키 가즈히로(44) 일본 TBS 야구해설위원이 벌인 13년 만의 선발 맞대결은 가장 큰 관심을 끌었다. 선 감독은 1이닝을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최고 구속은 시속 130㎞에 그쳤지만 슬라이더는 여전히 명품이었다. 선 감독은 첫 타자 이시게 히로마치를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2번 토마시노 겐지에게 볼넷을 내준 선 감독은 3번 코마다 도쿠히로에게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맞아 1사 1, 2루에 몰렸다. 4번 타자는 통산 525홈런에 빛나는 기요하라 가즈히로. 선 감독은 대담하게 스트라이크를 초구로 던졌다.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슬라이더를 던졌고, 가즈히로는 헛스윙했다. 선 감독은 후속 타자 무라카미 타카유키도 삼진으로 잡아 냈다.

전날 기자회견 때 “선 감독에게는 지지 않겠다”고 큰소리쳤던 사사키는 한국 타선에 4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사사키는 1번 이종범과 2번 전준호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하더니 3번 양준혁의 2루수 앞 땅볼로 1실점했다. 이어 2사 3루 상황에서 5번 김기태에게 내야 안타를 맞아 1점을 더 내줬다.

한일 은퇴 야구인들의 축제는 한국팀의 5대 0 승리로 끝났다.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힌 이종범은 “1번 타자로서 한국팀이 빨리 득점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한일전이다 보니 가슴 속에 뭔가 끓어오르는 게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