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원유값 동반 폭등… 美 50년만의 가뭄·중동정세 불안 여파

입력 2012-07-20 19:19

50년 만에 찾아온 미국의 가뭄이 계속되면서 곡물가가 치솟고 있다. 중동의 연이은 악재로 원유값도 동시에 올라 국제 원자재 시장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옥수수 가격은 19일(현지시간) 부셸(25.4㎏)당 8.16달러에 거래돼 사상 처음 8달러를 넘어섰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은 전 세계 옥수수 수출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콩 가격도 곡물가 위기가 한창이던 2007∼2008년 수준을 넘어섰다.

옥수수를 활용해 연료를 생산하는 에탄올 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에탄올 산업은 미국 옥수수 수확량의 40.1%에 해당하는 50억 부셸을 소비한다. 수확량 급감으로 지난주 미국의 에탄올 하루 생산량은 3370만 갤런으로 떨어졌다.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에탄올 가격은 3개월 만에 30% 폭등했다. 기상학자들은 다음 달까지 미국 옥수수·콩지대 절반에 가뭄이 계속돼 옥수수 생산량이 8∼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트레이더들도 옥수수 가격이 다음 달 9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원유값도 폭등하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 9월 인도분은 3.02달러 올라 2개월 만에 배럴당 108달러를 넘어섰다. 시리아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국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도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로 하루 12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끊겼다. 이 와중에 불가리아에서 이스라엘 관광객을 겨냥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하면서 주요 원유 공급지인 중동 곳곳에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