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담합 의혹 파문] “금융당국 뭘하고 있었나” 책임론 증폭

입력 2012-07-20 19:15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 책임론이 증폭되고 있다. 대출이자와 직결되는 CD 금리가 수개월째 높게 유지되는 동안 당국은 뭘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당국은 뒤늦게 관련 회의 등 조치에 착수했으나 책임 방기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발단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 금융위기 후 금융당국은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 산정 기준에서 CD 발행액을 제외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규제 강화 차원이었다. 2009년 말 13조6000억원이었던 시장성 CD 발행 잔액은 지난달 말 2조4000억원으로 82.4%가 증발했다.

CD 발행이 급감하면서 CD 금리는 지표금리 기능을 잃었다. CD 발행액을 예금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은행 등이 CD를 발행하지 않아 이런 상황이 도래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보완책을 세우지 않고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대체 지표 마련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유야무야됐다.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TF는 지난달 재구성됐지만 CD 금리는 3개월째 연 3.54%에 고정된 ‘식물금리’가 돼 있었다. 당국은 금리 담합 의혹이 터지고서야 TF 회의를 열었다.

담합 가능성이 낮다며 공정위에 유감을 드러냈던 금융당국은 일단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20일 금융투자회사 최고경영자 간담회를 마친 뒤 “금융회사의 자진신고 여부는 여전히 확인된 바 없다”며 “대안은 논의하고 있지만 담합 여부에 대한 명백한 결과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저는 담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봐야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담합이 사실로 드러나면 금융당국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담합이 없었더라도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CD 금리가 높게 유지되는 것을 방치해 그만큼의 이자 부담을 서민에게 떠안겼기 때문이다. 5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642조7000억원의 49.1%가 시장금리 연동 대출로 이자가 대부분 CD 금리에 좌우된다. 그런데도 당국은 CD 시장을 살리거나 대체 지표를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한 것이다. 서민의 이자 부담은 고스란히 금융회사 이익으로 돌아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