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검찰, 동명이인 기소… 생년월일까지 같은 중국집 배달원에 고지서 보내 망신
입력 2012-07-20 20:34
검찰이 동명이인을 피의자로 착각해 기소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담당 검사는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정정신청을 냈으나 법원에서 기각돼 검찰이 망신을 당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중국집 종업원으로 일하는 김모(35)씨는 지난 5월 법원으로부터 생뚱맞은 고지서를 송달받았다. 저작권법 위반을 방조했으니 벌금을 내라는 약식명령이었다.
약식명령서에는 김씨가 웹하드 사이트인 M사를 운영하는 대표이사로서 사이트에 올라온 각종 저작물이 저작권자 허락을 받지 않은 불법 저작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철저히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적시돼 있었다. M사 회원들이 사이트 게시판에 7만여건의 불법 저작물을 게재했는데도 이를 방치해 불특정 다수 회원들이 이를 쉽게 복제하고 전송받아 저작권자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것이다. 순간 김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약식명령에 적혀 있는 범죄사실을 읽어 내려간 김씨는 그제야 검찰이 자신을 M사 대표이사와 착각했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달 1일 약식명령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박모(40) 검사는 지난달 15일 열린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와서야 M사의 대표이사 김씨와 종업원 김씨가 이름뿐만 아니라 생년월일까지 같아 잘못 기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실수를 알게 된 박 검사는 재판부에 대표이사인 김씨로 피고인 정정신청을 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서정현 판사는 “공소사실이 종업원 김씨에게 효력을 미칠 수는 없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서 판사는 “종업원 김씨가 검사의 착각으로 약식명령을 송달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외관상 피고인 지위를 갖게 된 이상 종업원 김씨에게 적법한 공소 제기가 없었음을 밝혀 김씨의 불안정한 지위를 명확히 해소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