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동까모’ 테러 진위 싸고 신경전

입력 2012-07-20 22:47

김일성 동상을 파괴하려 했다는 이른바 ‘동까모’(김일성 동상을 까는 모임) 테러의 진위를 놓고 남북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이를 빌미로 핵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이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숙청에 따른 내부 불안을 동까모 사건을 터뜨리며 남쪽에 전가하는 모양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북측이 테러범이라고 밝힌 전영철씨의 신분에 대해 관계기관 조사 결과 2010년 11월 국내로 입국했던 탈북자 출신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국정원 등 정부기관의 개입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북한의 전형적인 선전·선동 술책으로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씨는 함북 청진 출신으로 2010년 4월 중국으로 탈북, 7개월 뒤 국내로 입국해 강원도 춘천에 거주했다. 전씨는 전날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한 내 탈북자 단체인 동까모와 남측 정보기관, 미국의 사주로 국경 지방의 동상을 파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정부 부인에도 북한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특히 외무성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제반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핵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문제와 관련해 강경 입장으로 돌아설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비롯한 북한 매체도 우리 정부와 미국이 테러행위의 배후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김일성 3부자를 가리키는 ‘최고존엄’ 모독으로 몰아붙였다. 정부 당국자는 “군 세력 불만과 주민 동요를 남쪽을 향한 적개심으로 무마하려는 의도”라며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리 정부 판단에 대한 반발심도 포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무대응 원칙을 견지하고 있지만 전씨와 동까모가 실제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위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남측 탈북자 단체가 자체적으로 일을 계획했거나 북한이 전씨를 일부러 탈북자 단체에 접근시켜 ‘자작극’을 벌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 5월 탈북 여성 박인숙씨가 재입북해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동까모 사건이 불거지면서 정부의 탈북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이영호 후임인 현영철 총참모장이 주석단 서열 5위에 오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방송은 전날 평양시체육관에서 열린 김정은 원수 추대 경축행사의 주석단 고위 간부를 소개하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총리, 최룡해 총정치국장 다음에 현 총참모장을 언급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포함하면 서열 5위에 해당한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