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한두 잠을 잔 뒤 사람들을 불러들여 날이 샐 때까지 의논했다. 정신력이 보통사람보다 배나 강해 때때로 손님과 한밤중까지 술을 마셨어도 닭이 울면 반드시 일어나 촛불을 밝히고 앉아 사색하거나, 책과 서류를 보거나, 사람들을 불러 전술을 강론했다.”
이순신의 조카 이분이 남긴 이순신의 새벽 모습이다. 그는 수많은 날을 밤새 뒤척이며 나랏일, 군사들의 고통, 연로한 어머니 걱정 등을 했다. 그러나 새벽에 반드시 일어나 새로운 기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수면시간이 서너 시간에 불과했지만 낮잠조차 자지 않았다. 낮잠 기록이 단 한 번(1596년 3월 12일) 쓰여 있을 정도다. 지독한 책임감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조선시대 선비들도 이순신처럼 대부분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다. 기상시간은 여름철에는 새벽 2∼4시, 겨울철에는 4∼6시였다. 관료들의 출근시간은 해가 긴 봄과 여름은 5∼7시, 해가 짧은 가을과 겨울은 7∼9시였다. 왕세자도 해가 뜰 때 스승을 모시고 공부를 시작했다. 선비들의 새벽은 오늘날 기준으로 새벽도 아니다. 캄캄한 한밤중에 일어나 공부를 시작하거나 출근을 준비했다. 그러나 일어나면 반드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퇴계 이황이 평상시 했던 것처럼 향을 피우고 앉아 고요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선비로서 흔들리지 않는 깨끗한 마음을 만들고 뜻을 세우고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예수와 부처가 언제나 새벽에 기도와 명상을 했던 것과 같다.
인생의 기적은 새벽에 있다. 성인과 성자,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일찍 일어난 사람들이다. 그래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명종 소리가 아니라 새벽이 주는 무한한 기대감을 느껴보고 그 힘으로 일어나라고 했다. 쇼펜하우어도 “매일 매일 깨어남은 작은 탄생이며 아침의 신선한 시간은 작은 청춘”이라며 아침을 즐기라고 했다.
새벽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이미 성공한 사람도 실패해 나락에 있는 사람도,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같다. 마음을 다스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 일어나기 싫은 혹은 고통스러운 하루의 시작이 아니다. 오히려 기적이 손짓하는 순간이 된다.
이순신처럼 매일 매일 긍정적으로 변하는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수신(修身)의 새벽, 실력을 키우는 새벽, 소통하는 새벽이라면 누구든지 자신만의 위대한 역사를 매일 새로 쓰게 될 것이다.
박종평(역사비평가)
[임진년, 이순신-③거인의 새벽] 기적을 만드는 인간
입력 2012-07-20 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