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의 성경] 구전→문자→인쇄 거쳐 지금은 웹의 시대

입력 2012-07-20 20:29


성경의 집필 기간은 무려 1600여년에 이른다. BC 1500년쯤 모세에 의해 쓰이기 시작해 AD 100년쯤 사도 요한이 쓴 요한계시록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모두 2930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1551곳이 성경에 역사적 장소로 언급되고 있다.

이렇게 방대한 성경은 어떠한 손길을 거쳐 지금 우리 손에 들려졌을까.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박용우 교수(문화성경 대표 편찬자)는 성경의 변천사를 네 단계로 꼽았다.

첫 단계가 입에서 입으로 전한 ‘구전(口傳)의 시대’다. 이어 문자가 생긴 후 파피루스나 양피지 점토판 위에 필사한 ‘문자의 시대’가 열렸다. 15세기 활판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종이에 활자를 인쇄한 ‘활판 인쇄의 시대’를 맞았고 요즘은 인터넷이나 어플리케이션으로 성경의 감동을 접하는 ‘웹(Web) 시대’다.

◇사본의 종류=성경의 원본은 단 한 자도 없다.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성경은 필사한 사본들이다. 22개의 자음으로만 기록됐던 히브리어 성경에 AD 5∼9세기 모음 부호가 붙여졌다. 이를 ‘마소라 성경’이라고 한다. 이 성경의 가장 오래된 사본은 러시아 레닌그라드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레닌그라드 사본이다. AD 1008년쯤 것으로 보이는 이 사본은 오늘날 히브리 원문 성경의 토대가 되고 있다.

가장 오래된 구약의 사본은 사해 사본으로 쿰란동굴에서 발견(1947년)됐다. BC 1세기에서 AD 1세기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내산 사본은 4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고대 사본들 중 유일하게 신약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바티칸 사본은 신약의 일부가 빠져 있다.

◇정경화(正經化)작업=정경화란 성령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다른 책들과 구별해 표준화한 작업으로 이를 통해 성경은 성도들 사이에 절대적 권위를 가진 말씀으로 인정받게 된다.

구약의 정경화는 BC 586년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간 유대인들이 바빌론에서 사용했던 구약의 본문과 가나안 땅에 남아있던 유대인들이 믿었던 또 다른 성경의 본문(마소라 성경의 원조), 유다왕국의 멸망 후 이집트로 간 사람들이 발전시킨 구약 본문(70인역의 원조) 등 3가지 본문으로 나눠져 표준화 작업이 필요했다. 랍비 아키바(Akiba)의 표준화 작업이 마무리된 후 AD 100년쯤 얌니아회의에서 구약 39권이 확정됐다.

신약은 AD 397년 카르타고 교회회의에서 완성됐다. 초대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됐던 기독교 경전은 구약성서뿐이었다. 당시에는 교회 지도자들이 문서들을 추천해 가르쳤다. 이 문서들에는 사견도 포함돼 있었다. 따라서 이단과 위서들이 나타났고 결국 선별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성경의 번역=성경의 원어는 구약은 히브리어, 신약은 헬라어(Greek)다. 모든 사람들이 이 언어를 알지는 못했기 때문에 번역이 필요했다. 유대인들은 주로 헬라어를 사용했는데 히브리어로 된 구약을 헬라어로 번역한 ‘70인역’이 최초의 번역 성경이다.

로마 중심으로 교회가 재편되면서 교황은 제롬에게 라틴어로 성경을 번역할 것을 지시했다. AD 385∼405년 시편을 제외하고 완성된 이 성경을 ‘벌게이트(불가타)’로 부른다. 종교개혁을 주도했던 루터는 히브리어, 헬라어 원전에서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했다(신약 번역 1522년, 전체 번역 1534년). 위클리프는 벌게이트에서 성경을 영어로 처음 번역했다(1382년). 영국의 제임스 1세는 영국 교회의 예배에서 사용하도록 54명의 학자들을 임명해 성경을 번역토록 했는데 이것이 킹제임스버전 ‘흠정역(제임스왕역·1611년)’이다. 2011년 말 현재 신약은 1240개 언어로, 신구약 합본은 475개 언어로 번역됐다.

◇우리말 성경=스코틀랜드 연합장로교 선교사인 로스 목사와 메킨타이어 목사는 1872년 만주 우장(牛莊)에서 한국을 내왕하며 전도하던 중 1873년 이응찬, 서상륜 등을 만났다. 이들이 선교사들을 도와 우리말로 성경을 옮기는 작업을 했다. 서상륜은 번역과 함께 목판을 일일이 깎아 인쇄까지 했다. 1882년 누가복음 요한복음을 인쇄했고 1887년에 신약 성경 전부를 간행했다. 이것이 우리말로 된 로스역 번역성경 ‘예수셩교젼셔’다.

이후 1911년 신구약을 합친 ‘성경젼셔’가 출간됐고 이 번역에 대한 개역 작업이 이뤄져 ‘개역한글성경’이 1938년 나왔다. 1952∼61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따라 수정 작업이 이뤄져 마침내 ‘성경전서 개역한글판’이 나왔다. 현재 교파를 초월해 한국교회에서 두루 사용하고 있는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은 개역한글판을 개정한 것이다. 77년에는 신구교가 함께 ‘공동번역 성경’을 출간했고, 93년에는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문을 참고해 ‘표준새번역 성경’이 나왔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