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사 윤덕애씨 “마음의 상처 치료하며 하나님의 존재 느껴”
입력 2012-07-20 18:11
“종이에 나무를 그려보세요. 어디보자, 나뭇가지가 굽어져 있는 것은 네 안에 부드러움이 있다는 거야, 잘 참고. 또 여기 옹이가 있다는 건 5세 전후로 인생의 큰 상처가 있었다는 건데, 맞니?”
16일 서울 남산동 여명학교 미술실. 8명의 학생들은 미술치료사 윤덕애(56·여)씨의 그림 설명을 듣고 있었다(사진). 그림을 그린 진일(19·가명)군은 실제 그 나이쯤 북한에서 죽을 고비가 있었고 자신은 화를 잘 참는 편이라며 놀라워했다.
이를 지켜본 아이들은 자신도 상담 받고 싶다며 윤씨에게 앞다퉈 미술치료 신청서를 냈다. 한국에 온 지 5년 됐다는 영진(23·가명)씨는 “미술치료를 받으면 내 마음속에 대해 더 알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며 “요즘 부모님 건강과 대학진학 등으로 고민이 많은데 (미술치료로)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씨가 여명학교와 연을 맺은 것은 2005년부터다. 교회에서 여명학교를 알게 된 윤씨는 아동복지시설에서 가르쳤던 경력을 살려 미술교사로 지원했다. 하지만 심리가 불안정한 탈북청소년을 지도하기 위해 전문적인 미술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 2006년 숙명여대 평생교육원서 자격증을 취득해 심리상담과 진로지도를 병행하고 있다.
수업시간에도 간간이 학생들의 그림을 보고 심리상태를 설명해 주기도 하지만 미술치료의 경우 대부분 따로 시간을 잡아 1대 1로 진행한다. 치료 횟수는 평균 12회지만 심리적 상처가 큰 아이들은 30회로 늘려 지속적으로 상담한다. 윤씨는 미술치료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는 아이를 볼 때 가장 보람차다고 했다. 주체사상에 대한 거부감, 나라를 배신했다는 죄책감, 성적 학대에 대한 분노, 가족과의 헤어짐 등 말 못할 상처를 안은 이들이 점차 마음을 문을 열고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을 볼 때 윤씨는 ‘하나님의 존재’를 느낀다고 했다.
평생 미술치료로 여명학교 학생의 상처를 보듬고 싶다는 윤씨는 “마음의 상처나 불안은 대부분 사랑을 받지 못해서 온 것”이라며 “이 아이들의 마음이 건강해지고, 잘 성장해 자신과 같은 이들을 돕는 통일역군이 되도록 계속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