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파견근로자
입력 2012-07-20 18:18
2008년 6월 8일 일요일 오후,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秋葉原) 거리는 순식간에 피범벅으로 변했다. 한 청년(25)이 일요일이면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는 그곳에 트럭을 몰고 돌진한 후 뛰어내려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찔렀다. 결국 7명이 죽고 10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 아직도 범행 동기가 확실치 않다. 범인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도 정상이었다. 일본사회는 이 사건을 2000년대 들어 간간이 벌어지는 ‘도리마(通り魔)사건’의 하나로 꼽는다. 귀신(마·魔)에 씌우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만행을 저지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범인이 자동차 하청공장 파견근로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본사회는 들끓기 시작했다. 당장 정치권은 파견근로제 금지론을 들고 나왔다. 사건의 배경을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표출 때문이라고 읽었던 것이다(물론 파견근로제는 지금도 건재하다).
그야말로 논리의 비약이다. 아르바이트 인생의 젊은층 워킹 푸어, 머물 곳이 없어 PC방을 전전하는 일용직 홈리스, 청년실업, 격차사회 등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었기 때문에 파견근로자까지 문제로 더해진다는 압박감 탓이었을 터다.
그런데 엊그제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파견근로자 수가 처음으로 10만명을 돌파했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외압에 의해 파견근로자를 용인하게 된 이후 파견근로자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현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해 지난 4년 동안 42%나 늘었다.
파견근로는 한 근로자에 대해 고용자, 사용자가 따로따로다. 파견사업자와 고용계약을 맺은 후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 파견이 되면 일은 그곳 사업자의 지휘를 받는다. 파견근로자는 정규직과의 차별대우도 견뎌야 하고, 자칫하면 일은 일대로 하고 파견회사만 배불리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나중에 정규직으로 채용해 주겠다는 사용주의 입에 발린 말에 속아 맡은 업무 이외의 일까지 떠맡거나 그 때문에 정규직의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다. 사용주로서는 맘대로 부릴 수 있는 파견근로자가 있으니 정규직 모집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견근로자의 대우문제는 일자리 창출 이상으로 중요하다. 불만을 키우는 사회로 치닫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