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탄생 80주년 기념전 7월 20일 개막… 부인 구보타씨가 말하는 ‘남편의 예술세계’

입력 2012-07-19 20:26

“해피 버스데이, 남준.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당신은 늘 우리 곁에 있어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75)씨가 한국을 찾았다. 백남준 탄생 80주년 기념전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 개막(20일)을 앞두고 19일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남편이 아직도 어딘가에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말문을 열었다.

일본 출신 미국인인 구보타씨는 1960년대 백남준과 함께 미국 뉴욕에서 플럭서스(Fluxus·전위예술) 운동을 벌인 비디오 아티스트다. 1977년 결혼 후 40년을 함께한 백남준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주문에 그는 “오늘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21세기 예술의 문을 열어준 사람”이라고 답했다. 남편과 함께 활동하면서 새로운 예술 분야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부족해 고생도 많았지만 ‘변화’를 내세운 플럭서스 정신을 공유했기에 어려운 시절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백남준은 기술의 인간화를 지향했고 기술은 도구로써 이용했어요. 지금은 그의 작품이 인정받고 있지만 1960년대에는 그의 작업이 정크아트 취급을 받기도 했어요. 저급한 예술처럼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실은 고급 예술이었어요.”

그는 “남편은 늙는다는 생각을 한번도 한 적이 없었고 나도 그가 죽지 않을 줄 알았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충격이었다”며 “그는 늘 세 살배기 어린아이 같았다. 평생 TV를 안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집시 같은 삶을 살았다”고 회고했다.

기자간담회에는 이번 전시에 참가하는 안토니 문타다스(스페인), 카트린 이캄 & 루이 플레리(프랑스), 요헨 자우어라커(독일) 등 백남준의 지인들도 동참했다. 백남준과 25년간 함께 작업한 미디어아트 전문 기술자 자우어라커는 “그는 예술가일 뿐 아니라 사상가였다. 예민하게 미래에 대해 사유했던 사상가, 한발 앞서 미래를 생각했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20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백남준의 예술철학인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백남준과 구보타씨를 비롯해 김신일 이불(이상 한국), 마이클 스노우(캐나다), 발리 엑스포트(오스트리아), 빌 비올라(미국) 등 13명의 70여점이 출품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