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행보 어디로] “정치 경험 없다는 건 나쁜 경험이 적다는 것”
입력 2012-07-20 00:21
19일 발간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인으로서의 정책비전을 담은 일종의 ‘매니페스토’(정책공약집)다.
◇루스벨트를 롤 모델로 ‘복지 정의 평화’ 꿈꾼다=안 원장은 ‘안철수 현상’을 ‘낡은 체제와 미래 가치의 충돌’로 설명하며 “과연 이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정치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분명 약점인데, 한편으론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후보 경선 당시 경험 부족 공격을 받고 “나쁜 경험을 오래 하는 것보다 아무 경험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낫다”고 반박한 일화를 소개했다.
또 “나는 달리기도 100m 기록이 15초로 잘 뛰지 못하는데, 장거리 달리기는 거리가 멀수록 더 잘하고 1등을 한 경우도 많다”며 “이를 악물고 오래 참는 데는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성 정당 비판을 에둘러가지 않았다. 새누리당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 4대강 친재벌 등 정책에 문제가 많았다”고 했고, 민주통합당에 대해서도 “처음 의도는 좋았지만 실제 선택과 행동이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정치인 롤 모델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을 꼽았다. 국내 정치인 중에선 고(故) 김근태 의원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한국 사회의 과제를 ‘정의로운 복지국가’ ‘공정한 복지국가’로 제시했다. 그는 “일자리와 복지가 긴밀하게 연결되고 선순환하는 복지”를 강조하며 “이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전략적으로 조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극빈층 등 취약계층 복지를 우선 강화하고 중산층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무상급식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의 손자라도 공립 초·중등학교를 다닌다면 급식도 무상으로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또 “복지 지출이 재정위기를 부른다면 훨씬 수준이 높은 북유럽부터 망했어야 한다”며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가장 안정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민영화에는 반대했고, 대학 등록금은 “반값은 어렵더라도 적정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했다.
◇경제민주화에 재벌개혁은 필수=대선 쟁점으로 부상한 경제민주화를 “소수가 특권을 갖고 시장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 국민 누구나 경제 주체로서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재벌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의 특혜를 폐지하고 중소기업을 중점 육성하는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강화, 불공정거래 엄단,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 철폐 등을 제시했다. 또 “한·미 FTA는 폐기보다 면밀한 분석을 거쳐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재재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경제교류에서 평화체제로=안 원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남북 긴장완화의 성과를 거둔 반면 이념갈등을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정부는 채찍만 써서 남북 갈등을 심화시키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평가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정부 발표를 믿는다”면서도 “국가 차원에서 합리적 의문을 풀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했는데 이견을 무시하는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쌍용차 사태는 “회사가 약속을 안 지키고 해고자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준 문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고, 제주도 해군기지도 “주민과 국민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