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군부, 외화벌이 70% 싹쓸이… 버섯·모래까지 南에 팔아
입력 2012-07-19 19:23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정치를 내세운 지난 20여년간 북한 경제는 공식적인 경제 지표를 내놓지 못할 만큼 주먹구구식으로 운용돼 왔다. 산업 기반이 미약한데 음성적 외화벌이 의존도는 갈수록 커져 공개할 만한 나라 살림살이가 없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도 군부는 최고의 기득권을 누렸다. 자체 무역회사를 운영하며 해외 지사까지 거느리는가 하면 불법 무기 수출도 관장했다. 남북 교류가 활발하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북한 군부는 남한과의 무역 거래도 독점하다시피 했다. 송이버섯, 조개부터 모래까지 남한 기업에 팔아 거액을 챙겼고, 금강산 관광사업에 따른 수입도 상당 부분 군부 몫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외화가 군부의 관리 아래 놓이다 보니 이를 둘러싼 이권다툼은 물론 부정부패가 만연해졌다는 점이다. 위조 달러나 마약, 가짜 담배 등 정권 차원에서 저질러지는 범죄 행위도 군부 실세들이 이를 통해 ‘검은자금’을 확보하려 들면서 더 확산됐다는 주장도 있다.
군부의 모든 외화벌이 사업은 배후에 인민군 총참모부가 있다는 게 우리 당국의 분석이다. 인민무력부를 통해 국방예산을 배정받으면 총참모부는 무기 개발과 해외 무기판매 사업 등에 사용하고, 그에 따른 수입은 조선노동당과 내각에 일부만 보낸 채 자체적으로 운용해 왔다. 따라서 총참모부 핵심 인사들이 엄청난 돈을 빼돌려 왔다는 것이다.
무기 판매 자금은 군부의 알짜 수입원이 된 지 오래다. 군부가 관리하는 간판급 무역기관인 청송연합은 중국 이탈리아 이란 등에 지사를 두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을 피해 무기를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1년에 벌어들이는 외화 수입에서 청송연합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라는 게 정설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이영호를 전격 해임한 것도 이처럼 군부로 흘러들어간 엄청난 이권을 빼앗아 경제 발전에 사용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군부 인사들이 빼돌린 외화자금이 지하로 숨는 사이 국내 경제는 악화일로를 걷자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 ‘테크노크라트’(관료집단)들이 앞장서서 이들 제거에 나섰다는 얘기다.
이런 모험을 감행한 노동당 인사와 관료들은 “군부 이권을 차단하지 않고 이대로 가다간 전 인민이 굶어죽는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개혁·개방 같은 거창한 노선 변경 차원이 아니더라도 군부의 약탈경제 구조를 일소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는 관측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