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는 北, 다음은 누구 손보나… 김영철 1순위

입력 2012-07-19 15:17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해임을 시작으로 3일 연속 ‘빅뉴스’를 터뜨린 북한이 19일에는 침묵했다. 하지만 정부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군부에 대한 ‘손보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 1위원장에 대한 줄 잇는 충성서약이 폭풍전야의 고요함을 연상케 한다는 분석이다.

◇줄 잇는 충성서약=김 1위원장에 대한 공화국 원수 칭호 수여 이후 북한 전역에서 충성맹세가 잇따라 나왔다. 91세인 이을설 전 호위사령관(인민군 원수)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김정은 동지는 곧 우리 조국이며 모든 승리와 영광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대표적 군부 강경파인 김격식 상장은 노동신문에 ‘최고사령관 동지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리’라는 글을 썼다. 이영호 숙청 이후 군부 반발과 동요를 막기 위해 군 원로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당·군·근로단체 간부들도 앞다퉈 ‘충성맹세’를 기고했다.

전날에는 국가 원수 선포를 기념하는 인민군과 조선인민내무군(우리의 전투경찰에 해당)의 경축 행사가 있었다. 인민군은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김 1위원장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인민군 장병 결의대회’와 경축 무도회를 열었다. 조선인민내무군도 충성을 맹세하는 행사를 열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남한과 미국 정부의 지령에 따라 동상을 파괴하려고 북한에 침투했다고 주장한 테러범 전영철이 탈북자 단체인 ‘동까모’(김일성 동상을 까는 모임) 및 남한 정보기관과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칼 또 휘두를까=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군부 내 ‘올드 가이들(old guys)’을 치기 위한 ‘스윙’이 우리 예상보다 빨랐다”면서 “후속조치도 있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최근 급변사태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대규모 숙청 사례인 ‘심화조 사건’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김일성 사망 3년 뒤인 1997년부터 4년간 진행된 이 사건으로 수천명의 당 간부가 숙청됐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무력을 장악하고 있는 군단장 및 사단장, 그리고 핵심 보직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숙청 대상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은 천안함 폭침과 디도스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 정찰총국장이다. 대표적 강경파인 이영호는 숙청됐고, 김격식 상장은 지난 6월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됐다. 이영호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 정찰총국장이 신변의 불안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김정은 체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고비를 넘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군부 재편이 반발 없이 마무리되고, 이를 바탕으로 ‘테크노크라트’(관료집단)들이 경제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 두 가지가 잘되면 현 체제가 안착될 것이지만 그럴 확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