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10곳 CD금리 조율 의혹… 업계 "담합 없었다"
입력 2012-07-20 00:27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하고 금융당국이 보완대책 마련을 추진하면서 금융회사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은행권 자금부서장들이 정기적인 사적 모임을 가져온 것으로 드러나며 의혹의 파문을 키웠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CD 금리를 담합할 이유도 없고 개연성도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 자금부서장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CD 금리 등의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고 증권사에 이어 은행권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있다. 은행이 CD의 발행금리를 결정해 채권시장에 내놓는 기관인 만큼, 은행 자금을 조달하는 실무자들의 모임이 담합 개연성을 높인다는 시각이다.
CD 금리 결정 과정은 간단해 조작의 가능성이 충분하다. 10개 증권사의 채권시장 담당자들이 오전 11시30분과 오후 3시30분 2회에 걸쳐 금융투자협회의 입력 프로그램에 접속, 숫자만 입력하면 되는 간단한 구조다. 금투협은 오타 여부만 점검한다. 금투협 담당자가 고시 명령을 내리면 프로그램은 CD 금리를 자동 산출한다.
공정위의 의혹은 이렇게 결정되는 CD 금리가 다른 금리들과 달리 수개월간 같은 수준으로 유지됐다는 데 있다. 따라서 10개 증권사가 미리 의견을 교환해 금투협에 보고할 CD 금리 수치를 맞췄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CD 금리는 담당자들이 시장 안에서 다양한 조건으로 거래되는 금리를 고려해 자의적으로 적당한 수준을 적어내는 방식”이라며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에서도 확인됐듯이 매우 위험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채권시장에서 CD의 거래 비중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현상일 뿐 의도적인 조작은 없었다고 반발한다. A은행 자금담당 부장도 “한국은행 국장까지 참여하는 자금담당부장 간담회에서 금리 조작이 이뤄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금융회사가 CD 금리 담합 의혹을 조사 중인 공정위에 담합사실을 시인했다는 루머가 제기되는 등 담합 가능성에 대한 의혹은 점차 커지고 있다.
사태가 확산되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단정 지어 생각할 수 없다”고 공정위 조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권 원장은 특히 은행이 CD 금리 조작을 주도하거나 가담했을 가능성에 대해 “자금조달 부서가 CD 발행을 담당하는데 굳이 금리를 높여서 조달 비용을 비싸게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