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도 ‘悲정규직’ 여행횟수 2.13회 … 정규직 2.77회와 대조

입력 2012-07-19 19:10


외국계 패션업체에서 계약직으로 1년8개월째 일하고 있는 김모(26·여)씨는 직원들의 휴가 일정이 적혀 있는 달력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김씨는 “휴가는 꿈도 못 꾼다. 2년을 채우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회사에서는 휴가를 가라는 공문이 내려오지만 눈치가 보여 갈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최근 펴낸 ‘취업자들의 국내 관광여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 직장인들이 비정규직에 비해 국내 여행 횟수와 기간이 길고, 여행 시 지출하는 돈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2010년 여행자 181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결과 정규직의 경우 한 해 평균 2.77차례 여행을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정규직은 2.13차례에 그쳤다.

국내 관광여행 일수도 정규직은 한 차례 여행 시 평균 5.54일을 보내는 반면 비정규직은 4.12일로 하루 차이가 났다. 수도권의 한 은행 파트타이머로 일하는 김(33·여)씨는 “정규직과 같은 일수로 휴가를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가는 것도 눈치 보이는데 ‘정규직과 똑같이 쉬냐’는 눈초리는 더욱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여행비용에선 큰 차이가 났다. 비정규직의 한 해 평균 국내 여행비용은 28만8826원인 반면 정규직은 41만2023원으로 비정규직의 1.5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문화관광연 최승묵 위원은 “여행은 시간과 비용이 갖춰져야 하는데 비정규직일수록,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여행을 가기 어려운 분위기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직장 내에서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눈치를 주는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