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중간거래처로 끼워 넣어 이윤 챙겨줘라”… 계열사 부당 지원 ‘통행세’ 첫 제재
입력 2012-07-19 22:05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계열사에 중간 이윤을 챙겨주기 위해 불필요한 중간 거래를 만들어주는 일명 ‘통행세’ 지원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 회장 지시에 따라 통행세를 지원한 롯데피에스넷㈜에 6억4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19일 롯데피에스넷이 그룹 계열사인 롯데알미늄㈜(옛 롯데기공)을 통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간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한 혐의로 시정조치 및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의 통행세 관행을 적발,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ATM 서비스업체인 롯데피에스넷은 2008년 국내 ATM 제조사인 네오아이피씨에서 ATM 1500대를 구매하는 내용의 사업 확대 계획을 롯데그룹 경영진에 보고했다.
그런데 당시 부회장이었던 신 회장은 네오아이피씨와의 거래 중간에 당시 재무상태가 매우 나쁜 롯데기공을 끼워 넣을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롯데기공은 보일러 전문회사로 ATM 제조·유통과 아무 관계가 없었음에도, 제조업체로부터 산 ATM을 롯데피에스넷에 되파는 방식으로 중간 마진을 챙기게 됐다.
실제 2009년 9월부터 지난 7월까지 롯데기공은 제조업체로부터 666억3500만원어치 ATM을 사서 롯데피에스넷에 707억8600만원을 받고 판매, 41억5100만원의 매출 차익을 기록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런 중간 지원으로 2008년 881억원 적자상태였던 롯데기공이 2009년부터 흑자로 전환되는 등 재무구조가 현저히 개선됐다.
신영성 공정위 시감국장은 “롯데기공은 그룹 총수일가 지분은 없지만 그룹 계열사가 지분 100%를 소유한 완전한 그룹사”라면서 “ATM 사업 경험이 전혀 없었던 롯데기공을 거래 중간에 아무 역할도 없이 끼워 넣어 준 것은 롯데기공에 수익을 창출해주려 한 전형적인 통행세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관행이 업계에 만연해 있는 만큼 감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 측은 신 회장이 직접 부당거래를 지시했다는 공정위 조사결과에 반발했다. 특히 지난 6월 롯데피에스넷 주주들이 검찰에 고발한 배임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 측은 “지난 6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에 대해 공정위에서 과징금 처분을 내려 당혹스럽다”면서 “신 회장이 직접 나서서 지시를 했다는 부분은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