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야” “엄마” 개가 스스로 말한다고?
입력 2012-07-19 19:04
아이를 갖지 못해 우울증에 시달리던 A씨는 3년 전 어느 날 키우던 시추 강아지 때문에 화들짝 놀랐다. 강아지가 자신을 “엄마”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A씨는 강아지가 자신이 갖지 못한 아이를 대신해서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A씨는 강아지를 부를 때 “내 딸”이라고 했고 강아지는 이에 반응해 “엄마”라고 소리를 냈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이 강아지의 소리를 분석한 결과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사람처럼 발성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배 교수는 19일 “이 강아지가 단순히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 수동적 발성에서 벗어나 사람처럼 능동적인 발성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한국음향학회지 5월호에 이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연구결과 강아지가 ‘엄마’라고 말할 때는 그냥 짖을 때보다 현저히 낮은 300∼400㎐의 주파수 대역을 보였다. 또 ‘엄마’라는 소리 주파수를 생후 6개월 아기 옹알이와 비교해 보니 발성 끝에 주파수 그래프가 하강하는 모양도 흡사했다.
‘누나야’라고 발성하는 코커스패니얼 개의 경우도 울림 주파수 대역이 한국인의 발음과 유사했다. 특히 ‘누나야’에서 ‘야’를 발음할 때 울림 주파수가 한국인의 평균 주파수 비율과 흡사했다. 배 교수는 “개의 성대는 비대칭이어서 완전히 닫히지 않고, 구강 구조도 앞으로 튀어나와 동물 중에서도 발성을 하기 가장 어렵다”며 “이런 사례들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개의 발성은 주인의 반응이 크게 작용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우연히 사람 말과 비슷한 발음을 했다가 주인이 반응하자 반복적으로 발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두 강아지가 통상 ‘말을 한다’고 할 때 말의 요건인 능동성과 소통성도 갖췄다고 결론내렸다.
배 교수는 “이들 사례는 주인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능동적 발성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고, 주인과 교감을 하기 때문에 소통성의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