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메오산타마리아’ 인수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 “伊 명품 노하우 흡수,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날 것”

입력 2012-07-19 18:56


만난 사람=신종수 산업부장

신원 박성철(72) 회장은 19일 서울 도화동 본사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40년 광야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973년 직물 편직기 7대와 직원 13명으로 회사를 설립해 내년에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있는 박 회장은 최근 이탈리아 명품 가방 브랜드 ‘로메오산타마리아’를 인수했다. 악어백은 1700만∼3000만원대, 타조백은 600만∼1000만원대다. 토종 패션기업에서 글로벌 명품기업으로 발돋움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신원은 ‘베스띠벨리’ ‘씨’ 등 여성복 브랜드마다 승승장구해 97년엔 계열사 16개, 해외 계열사 8개, 총 매출 2조원의 재계 순위 31위 기업이었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를 맞아 1억5000만 달러가 넘는 외화부채를 안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 5년 만에 졸업했다. 이후 지속적인 구조조정 등을 통해 내실을 다져 오던 중 공격적인 경영을 시작한 것이다.

-‘로메오산타마리아’를 인수한 배경은.

“한국은 인구가 5000만명이라고 하지만 시장이 좁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신원의 사업구조도 변해야 한다. 패션사업은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야 한다. 명품 사업이 그중 하나다. 로메오산타마리아 인수는 신원이 글로벌 명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복 4개와 남성복 3개에 이제 명품 잡화까지 갖췄으니 글로벌 명품 패션 브랜드로 거듭날 준비가 된 것이다.”

-유로존 위기 등 세계 경제가 불황인데 오히려 공격적인 경영을 하는 것 같다.

“내년이면 회사 설립 40주년이 된다. 그동안 40년 동안의 광야 생활을 마쳤다. 오랜 연단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

-IMF 당시 공격경영을 하다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다른가.

“지금은 확실히 다르다. IMF 때는 재고가 350만장이 넘었다. 그러나 지금은 재고가 전혀 없다. 2003년 5년간의 워크아웃이 끝난 후에도 지난해 말까지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을 계속해왔다.”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하고 있나.

“중국의 경우 7∼8년 전만 해도 공임이 낮아 생산시장이었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판매시장으로 변했다. 중국 시장에 대응하려면 명품을 끌어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 명품의 본산인 이탈리아 밀라노를 업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상품은 원단, 디자인, 생산이 3박자를 갖춰야 하는데 우리 원단과 생산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다만 디자인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었다. 유럽의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알바자 리노와 손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신원은 지난해 론칭한 고급 남성복 브랜드 ‘반하트 옴므’를 명품 반열에 올리기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알바자 리노를 영입했다. 2009년부터 한 벌에 700만∼2000만원인 이탈리아 고급 남성복 브랜드 ‘브리오니’를 신라호텔과 그랜드 하얏트호텔 등에서 팔기 시작했다. 작년엔 미국 프리미엄진 브랜드 ‘씨위’의 국내 독점 판권을 획득했고 지난달엔 중국 독점 판권까지 따냈다. 명품 사업을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

-중국 시장은 어떻게 공략할 계획인가.

“현재 중국 상하이와 다롄, 칭다오, 둥관, 톈진 등에 40여개의 현지법인 및 지사를 설립했다. 중국의 유명 백화점인 항주 대하 백화점 등에는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신원의 고급 제품이 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베이징, 상하이, 청두, 저장, 우안, 안위 등의 지역에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열려고 한다.”

-해외 명품 브랜드를 수입·판매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번에 통째로 인수한 이유는.

“원부자재 구입과 생산 디자인 마케팅까지 모든 분야의 노하우를 흡수하려고 한다. 미국 캐나다 중남미 유럽 중국 동남아 등 세계 각 나라로부터 주문 생산을 할 예정이다.”

-개성공단에서 제품 생산은 잘되고 있나.

“1800명의 직원들이 일한다. 8년 동안 숙달된 노동력이어서 남한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품질이 좋다. 임금이 8년 전 50달러에서 120달러로 올랐지만 여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정경분리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남북관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개성공단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

-서울 신길교회 장로로서 새벽기도를 열심히 드린다고 들었는데 하루 일과를 어떻게 시작하나.

“요즘은 새벽 3시에 일어나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드린다. 37년째 새벽기도를 드리고 있다. 이어 6시∼6시반쯤 출근한다. 과테말라 등 해외 지사 일을 챙기기에 좋은 시간이다. 오후에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가능한 한 저녁약속을 잡지 않고 집에서 저녁을 먹은 뒤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는 것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에서 매주 월요일 직원 예배를 드린다는데.

“본사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과테말라 등 해외지사 전 직원이 월요일에 출근하면 예배를 드린다. 개성공단에도 예배처소가 있다(신원 직원들은 이곳을 ‘개성교회’라고 부른다). 1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직은 남측 인사들만 새벽기도를 비롯해 주일과 수요저녁 예배를 드리고 있다.”

js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