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KAL기 사건’ 직후 김현희 직접 조사… 김씨, 유럽서 접촉한 3명 사진 지목
입력 2012-07-19 18:52
미국은 1987년 11월 29일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 직후 김현희를 직접 조사해 그가 북한 공작원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18일(현지시간) 밝혀졌다.
미국은 당시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했으나 전두환 대통령이 88서울올림픽과 연말 대선, 정권교체 등을 감안해 보복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미 국무부가 ‘대한항공 858(Korean Air Flight 858)’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공개한 비밀문서 57건을 통해 밝혀졌다.
워싱턴DC 외교소식통은 “미국 정부의 비밀문서는 생산된 지 25년 이후에는 열람 요청이 있을 경우 사안에 따라 공개된다”면서 “이번 문서 공개도 미 국무부 규정에 따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의 이번 문건 공개는 최근 한국에서 ‘KAL기 폭파사건이 기획·공작됐다’거나 ‘김현희는 가짜다’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1988년 2월 본국에 보고한 전문에 따르면 미국 관련 당국자들은 KAL기 폭파사건 직후 ‘미국이 통제하는 상황에서’ 김현희를 직접 조사했다.
이들은 미국 정보당국이 확보하고 있던 북한 공작원 ‘26명의 사진’을 김현희에게 보여주며 접촉했던 인물을 확인하도록 했으며 김현희는 유럽의 베오그라드(2명)와 부다페스트(1명)에서 접촉했던 인물 3명을 지목했다.
조사관들은 이를 근거로 “김현희가 북한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문은 적고 있다. 미국은 또 김현희에 대한 직접 조사와는 별도로 외국방송정보서비스(FBIS·중앙정보국 산하기관)를 통해 김현희가 1988년 1월 15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의 성문(聲紋)을 분석해 ‘김현희의 억양과 어휘가 북한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1988년 1월 14일 제임스 릴리 주한 미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김현희에게) 새 옷도 사주고 63빌딩에도 데려갔다”면서 군사보복을 원하는 한국인들이 있지만 “보복은 마지막 옵션”이라고 답했다고 전문은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