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야기] ④ 운동복 없이 뛰고 달리고 고대 선수들은 ‘나체족’

입력 2012-07-19 18:52

고대 그리스 운동선수들은 ‘페리조마’라고 불리는 허리옷을 입고 경기를 했다. 요즘 일본 스모선수들이 입고 있는 하의와 비슷하다. BC 1600년 경 권투선수를 그린 도자기 그림에서 페리조마의 형태를 엿볼 수 있다. 이처럼 나체 경기는 원래 그리스의 관습이 아니었다.

BC 1세기 그리스 작가 디오니시오스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고대 올림픽 최초의 나체선수는 스파르타 출신 아칸토스다. BC 720년 제 15회 올림픽에 장거리 달리기에 출전한 아칸토스가 허리옷을 벗어버리고 나체로 달려서 우승했다고 한다. 또 다른 기록은 제 15회 올림픽 단거리 경주에 출전한 오로시포스가 페리조마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우승을 놓치자 이 경기를 관장하던 아테네의 집정관이 모든 선수에게 나체경주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그리스 다른 지역 축제에는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올림피아에서는 BC 500년 이후 나체 경기가 오랫동안 지속됐다. BC 4세기의 철학자 플라톤은 자신이 주장하는 이상국가에서는 여성들도 나체로 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강인한 여성상을 추구해온 스파르타에서는 여성들만의 나체경기가 치러졌다. 트레이너도 역시 나체로 입장해야 했다. 경기에 출전한 아들의 트레이너로 변장한 어머니가 아들의 승리에 흥분해 펜스를 뛰어넘다가 여자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때부터 트레이너도 나체로 입장하는 법이 만들어졌다.

그리스인들이 나체 경기를 용인한 것은 그들이 운동으로 얻은 육체미와 황갈색 피부를 자랑스럽게 여겼기 때문이다. 완벽한 육체미는 모든 구속과 형식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그리스인들의 자유정신을 구현하는 것이기도 했다. 조화로운 남성의 육체미는 오랫동안 그리스 예술가들의 주제로 자리잡았다. BC 5세기 페르시아 전쟁 이후에는 남성의 육체미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그리스인과 이방인을 구분하는 경계가 되기도 했다. 현대 올림픽에서 나체경기는 볼 수 없지만 몸에 밀착된 운동복을 착용하는 레슬링, 육상 종목에서 고대 올림픽의 유산을 어렴풋이나마 엿볼 수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