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지젤’ 슬픈 사랑 ‘한국인 서희’ 완벽 연기
입력 2012-07-19 18:38
세계 3대 발레단 가운데 하나인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American Ballet Theater)가 ‘지젤’로 한국을 찾았다. 2008년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공연에는 최근 한국인 최초로 ABT 수석무용수가 된 서희(26)가 주역으로 발탁돼 눈길을 끈다.
지젤은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 테오필 고티에의 대본을 바탕으로 한 로맨틱 발레의 대표작. 독일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소녀 지젤과 귀족 신분을 숨긴 채 마을에 찾아온 청년 알브레히트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1막이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남녀 주인공의 2인무가 돋보인다면 2막은 한밤중 묘지가 배경. 어둡고 슬픈 분위기로 하얀 발레복을 입은 발레리나들의 우아한 군무가 펼쳐진다.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는 서희와 코리 스턴스, 시오마라 레이예스와 헤르만 코르네호가 각각 1막과 2막에서 남녀 주역으로 연기를 펼쳤다. 감미로운 오케스트라 선율을 바탕으로 무용수의 춤이 어우러졌다. 무대와 의상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대체로 로맨틱 발레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지젤은 정확하고 섬세한 발레기술은 물론 깊은 내면까지 드러낼 수 있는 연기력이 필요한 작품이다. 그래서 지젤 역을 맡는 것은 발레리나의 로망으로 꼽힌다. 서희는 호소력 짙은 동작과 얼굴 표정까지 살아나는 연기로 1막에서 지젤이 실연의 상처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케빈 매켄지 ABT 예술감독은 서희에 대해 “놀랄 만큼 특별한 재능을 지녔다. 신체 조건도 좋지만 고전발레의 감성을 잘 표현한다. 이번에 공연하는 ‘지젤’도 서희와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남녀 주인공의 호흡도 좋았다. 특히 2막에서 힘 있는 발레리노가 가뿐하게 들어 올린 지젤은 미풍에 살랑이는 하얀 깃털처럼 느껴졌다. 내한 공연에는 이들 외에도 ABT 사상 최연소 수석무용수 자리에 오른 팔로마 헤레라, 발레리노 마르셀로 고메즈 등이 나온다.
1939년 창단된 ABT는 영국 로열발레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과 더불어 세계 3대 발레단으로 꼽힌다. 영화 ‘백야’로 유명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등 정상급 무용수와 발레계의 모차르트로 불리는 안무가 조지 발란신 등이 여기 출신이다.
통일성 있는 군무를 위해 키와 체격을 맞춘 다른 발레단과는 달리 ABT는 발레리나들 키 차이가 25㎝에 이른다. 그만큼 개성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무용수의 피부색과 체격도 각양각색이다. ‘지젤’은 전설적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원작에 충실하지만 무대는 시대에 맞춰 점차 화려해졌다.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공연을 위해 130명의 무용수와 60인조 오케스트라가 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