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로호는 우주기술 개발의 첫걸음

입력 2012-07-19 18:33

대통령 산하 국가우주위원회가 19일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KSLV-Ⅰ(나로호)의 3차 발사를 허가하고 교육과학기술부에 통보했다. 계획했던 오는 10월 발사를 향해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중국에서는 유인우주선 선저우 9호가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와의 도킹에 성공했다. 일본은 지난 5월 자체 개발한 발사체인 H2A로 우리나라 과학위성 아리랑 3호를 우주궤도에 올렸다. 일본은 이를 기반으로 위성발사 서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나로호의 연이은 발사 실패에다 한껏 앞서가는 중국과 일본을 보며 자존심이 상했던 우리 국민들은 3차 발사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해 국내 기술진이 실패 원인을 정밀 분석해 문제점을 검증하고 보완한 만큼 3차 발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나로호 발사는 우리나라가 우주시대에 진입하는 첫걸음일 뿐이다. 지난해 국가우주위는 2021년까지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발사체(KSLV-Ⅱ)를 성공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지궤도 위성과 저궤도 위성을 개발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위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궤도에 올릴 발사체 관련 기술은 걸음마 수준이다. 항우연이 24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아리랑 5호는 발사체를 제공키로 한 러시아가 허가를 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주개발 기본계획 자체가 암초를 만났는데도 정부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우주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모호하기만 하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중 항공·우주 관련 예산은 2006년 3.5%에서 2010년 1.9%로 오히려 줄었다. 연구인력은 일본의 40%, 프랑스의 20%에 불과하다. 국회도 지난해 한국형발사체 예산을 1150억원에서 684억원으로 삭감했다. 한국을 로켓 개발의 시험장 정도로 생각하는 러시아, 미사일 지침을 앞세워 한국의 기술 개발을 저지하는 미국,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기를 꺼려하는 선진국들의 경계 속에 온갖 굴욕을 당하면서도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일본 위성 히마와리 5호의 기상정보는 항공, 농업 등의 분야에서 연간 1조3000억원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 인공위성은 국가안보뿐 아니라 기상관측, 교통, 자원탐사 등을 위한 바탕이다. 전기, 전자, 화학, 신소재 등 첨단 기술을 망라한 우주산업은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과거 냉전시대처럼 자존심 싸움을 위한 돈 잔치가 아니다. 우주기술 개발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하고,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집행할 독자적 기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강한 의지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