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 순교 5주기… 이들의 순교 헛되지 않게 조용한 섬김 사역 꾸준히
입력 2012-07-19 18:30
‘교회 신도 23명 아프간에서 피랍.’
2007년 7월 19일 저녁, 한여름밤을 강타한 뉴스에 국민들은 귀를 의심했다. 피랍자들은 교회에서 파송된 단기봉사단원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무장 세력인 탈레반에 의해 2명이 순교하고 나머지 21명은 42일 만에 풀려났다. 악몽 같았던 그 기간,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았다. 하지만 사태가 끝난 뒤에도 유가족과 피랍 당사자들, 이들의 소속 교회인 분당샘물교회는 교계 안팎의 시선과 깊은 후유증을 감내해야 했다. 그로부터 꼭 5년이 지났다.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정자동의 샘물교회. 1층 입구에 들어서자 지난해 이맘때 개관한 ‘샘물교회 순교자기념관’이 눈에 들어왔다. 주일에만 정기적으로 개방되는데, 교회 직원의 허락을 얻어 들어가 봤다. 57㎡(약 18평) 규모의 기념관에는 아프간에서 순교한 고 배형규 목사와 고 심성민씨의 유품과 사진, 각종 기록물들이 전시돼 있다. 방명록에는 나흘 전인 지난 주일에 남긴 여러 개의 글이 눈에 띄었다. ‘형님, 항상 기억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타 지역에서 올라온 교회 성도들과 해외 선교사들이 남긴 메시지와 어린이가 쓴 듯 삐뚤빼뚤한 글씨체도 여럿 보였다. 샘물교회 순교자기념회 위원장인 김태웅 장로는 “자신의 신앙을 점검해보고 선교와 순교의 의미를 되새기는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념관에서 만난 2명의 순교자는 어느덧 성도들의 마음속에 친근한 목회자로, 아들로, 때로는 신앙의 선후배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한 느낌이었다.
지난 5년 동안 샘물교회는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담임이었던 박은조 목사는 13년간의 분당샘물교회 목회를 뒤로 하고 지난 4월 용인 동백지역에 은혜샘물교회를 분립·개척해 나갔다. 빈자리에는 최문식 신임 목사가 부임했다.
샘물교회는 아프간 피랍 사태 이후 교회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노숙자 식사봉사 등 다양한 지역 섬김 사역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사역 내용은 일절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샘물교회 한 장로는 “어찌됐든 아프간 피랍사태로 국민과 한국교회에 염려를 끼친 점에 대해 아직도 마음의 짐과 사랑의 빚이 남아 있다”면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묵묵히 이웃을 섬기는 것뿐이라는 데 교회 구성원들 간 깊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샘물교회는 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의 순교 5주기를 기념해 추모집을 발간했다. 제목은 ‘별, 순례의 길을 가다’(맑은나루·사진)이다. 1년여에 걸쳐 제작된 추모집은 이들 순교자의 삶과 신앙의 발자취를 기억하고 있는 60여명 친구와 동역자, 제자들의 편지, 시, 간증으로 채워졌다. 순교자들이 남긴 일기와 글, 생전의 사진들뿐 아니라 배 목사의 설교와 심씨의 간증 모습을 부록 CD로 볼 수도 있다.
샘물교회는 이들의 순교 5주기를 기념해 오는 28∼29일을 순교기념주일로 지정해 추모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성남=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