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원 18세 때 쓴 여행기 찾아냈다… 일본 유학에서 돌아오는 길 감회 등 기록

입력 2012-07-18 20:03

“얼마 후에 결국 한국의 토지는 뜨거운 모래가 막막한 사막이 되어 푸른 언덕은 공허한 역사적 이름이 되어 후대의 사람들의 호기심만을 움직일 뿐이게 될 것이나이다. 조선 민족의 생사는 한산의 초목과 그 생사흥망을 같이해야 함에 있을진저.”(24일 경부선에서)

춘원(春園) 이광수(1892∼1950)가 열여덟 살 때 쓴 미공개 여행기가 발굴됐다. 근대서지학회가 발간하는 반년간 잡지 ‘근대서지’ 5호는 춘원의 여행기 ‘여행의 잡감(旅行의 雜感)’을 1910년 발행된 ‘신한자유종’ 3호에서 발굴, 전문을 18일 공개했다. ‘여행의 잡감’은 일본에 유학 간 이광수가 귀국하며 쓴 일기체 여행기로, 1910년 3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 동안 총 4회에 걸쳐 작성됐다.

여행기에는 일본을 떠나는 심정과 다시 보게 된 조선의 풍경에 대한 춘원의 복잡다단한 감정이 교차돼 있다. “이것을 쓰는 것은 가이타시(海田市)와 히로시마(廣島)의 사이이다. 하늘은 활짝 개어 있고 뜨거운 해는 여름처럼 차장에 쨍쨍 부딪힌다.”(3월 23일 오후 세시 차안에서) “멀리서 희미하게 안개 낀 한산(韓山)이 눈에 들어왔을 때의 나의 심정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무언가, 한산에는 태양의 빛도, 우주에 가득 차 흐르는 태양의 광선도 여기 한산에는 비추지 않는 모양이다.”(24일 부산역에서)

춘원은 히로시마의 활짝 갠 하늘과 뜨거운 태양을 일본 풍경의 주된 색조로 받아들인 반면 조국 조선은 검은색의 풍경으로 묘사하고 있다. ‘신한자유종’ 3호는 일본에 유학 간 어린 소년들의 습작모임인 ‘신한소년회’가 1910년 4월 1일 도쿄에서 발간했다.

또 소설가 김동리(1913∼1995)가 미당 서정주와의 만남을 바탕으로 쓴 단편소설 ‘아카시야 그늘 아래서’도 발굴됐다. 김주현 경북대 교수는 ‘근대서지’ 5호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1955년 7월 나온 ‘협동’지에 김동리의 ‘아카시야 그늘 아래서’가 수록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근대서지’ 5호는 일제강점기 조선의 지식인 사회를 엿볼 수 있는 ‘반도신인집’도 발굴해 소개했다. ‘반도신인집’은 오사카매일신문 조선판이 기획한 연재물로, 1934년 7월 1일부터 10월 28일까지 98회에 걸쳐 게재됐다. 소설가 윤백남 염상섭 김동인, 조각가 김복진, 여류 소설가 백신애, 곤충학자 조복성, 모더니즘 시인 김기림, 역사학자 손진태, 문학평론가 김팔봉, 민속학자 송석하 등 당대 대표적인 조선의 지식인들이 필진으로 참가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