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살던 다문화가정 쌍둥이 육군 한부대서 근무 “군 입대 위해 한국어 과외공부”

입력 2012-07-18 20:05


육군은 18일 아버지는 한국, 어머니는 필리핀 출신인 다문화가정의 쌍둥이 형제 채수동·수명(23) 상병이 73사단 본부에서 복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문화가정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군에서 복무하기는 처음이다.

인천에서 태어난 형제는 6살 때 부모와 함께 필리핀으로 이주해 초·중·고교를 마치고 대학 재학 중 군에 입대했다. 형인 수동 상병은 필리핀 산 칼로스 대학 경영학과 3학년, 동생 수명 상병은 같은 대학 컴퓨터공학과 2학년이었다. 두 사람은 한국과 필리핀 이중국적자여서 입대하지 않아도 됐지만 “대한민국 남자는 군대를 가야 한다”는 해병대 출신 아버지 정석(60)씨의 권유로 자원입대했다.

필리핀에서 오래 살아 한국어보다 영어가 익숙한 형제는 입대를 위해 1년간 한국어를 배우기도 했다. 이들은 “필리핀에서 살고 있었지만 한순간도 한국인임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306보충대에 입소한 뒤 최전방 신병훈련소 중 가장 힘들다는 28사단 신병교육대를 거쳐 같은 해 8월 73사단에 배치됐다. 형은 사단 경리참모부에서, 동생은 부관참모부에서 복무 중이다. 사단 관계자는 “낯선 환경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도록 형제가 사무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근무할 수 있게 배치했다”고 말했다.

형제는 처음엔 모든 것이 무섭고 겁이 나 도저히 못할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수동 상병은 “따뜻한 필리핀과 달리 전방의 추운 겨울과 혹한기 훈련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선·후임 위계질서가 있는 군대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수명 상병은 “낯선 일이 많았지만 동기들이 많이 가르쳐주고 챙겨줘 큰 문제없이 군 생활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쌍둥이 형제와 함께 생활하는 본부대 임우경(36) 상사는 “처음에는 대화 자체가 힘들었지만 두 사람이 생각보다 빨리 적응했고 이제는 훈련과 교육, 체력단련도 솔선수범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단 경리장교 박승윤(27) 대위는 “형제가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고 칭찬했다.

현재 다문화가정 출신 병사는 육군 266명, 해·공군 41명 등 모두 307명이다. 군은 2030년쯤 다문화가정 출신 현역병이 1만2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