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규석] 자연공원 이용객 1억명 시대
입력 2012-07-18 20:01
시장경제 학자들은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부터 초래된 부동산 버블 붕괴 현상을 지목한다. 부실대출 규모가 어느 수준 이상 증가하면 부동산 거품이 터지므로 금융 당국은 대출 속도를 늦추거나 은행의 자본준비금을 늘리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국은 어느 정도의 부채가 안전한 수준인지 판단하는 방법도 몰랐고, 별다른 조치 없이도 시장이 잘 작동할 것이란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금융위기로 치닫는 것을 막지 못했다.
자연생태계에도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는 시점이 존재한다. 생물종 멸종, 기후변화, 지하수 고갈, 토지 황폐화 등과 같이 한번 넘으면 변화를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이 있는데 이를 ‘티핑포인트’라 일컫는다. 현재까지 인류는 생물다양성을 포함한 자연생태계의 정확한 티핑포인트를 찾아내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한계치를 넘을 경우 발생할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결과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에는 20개 국립공원을 포함해 전체 79개소의 자연공원이 있다. 국토 육지 면적의 4.8%에 불과한 지역에 멸종위기종의 60%, 야생생물종의 50% 가량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전의 최후의 보루다. 2007년도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를 계기로 탐방객은 5년간 40%가량 증가했다. 전체 자연공원을 찾는 국민은 연간 약 1억명에 이르게 됐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탐방로의 20% 이상은 이미 훼손됐으며, 무분별한 샛길로 인해 동식물의 서식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케이블카 설치 요구가 거세지고,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국립공원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칫 공원 생태계의 한계점도 파악하지 못하는 찰나에 생태계가 회복할 수 없는 붕괴 사태로 치달을 위험마저 느껴진다.
자연공원은 현 세대뿐만 아니라 후대에게도 소중한 자산이므로 반드시 온전하게 지켜야 한다. 경이로운 즐거움과 영감, 휴양 기회를 제공해 국민의 보건, 여가와 정서생활을 향상시키고 공동체의 화합과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원칙에 따라 자연공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환경부는 우선 공원시설의 환경영향과 적정 이용 수요를 고려한 경제성 확보 여부, 공동체 상생발전 방안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기준인 가칭 ‘자연친화적 공원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공원 훼손을 유발하는 등산 일변도의 탐방활동을 산책, 생태관광, 레저활동 등으로 분산시켜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공원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이다.
또한 자연공원의 티핑포인트가 어디이고, 현재의 위험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냉정한 진단을 실시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일 예정이다. 탐방로 훼손 상태, 탐방객 이용 규모와 행태 등 스트레스 유형을 종합지수화한 ‘국립공원 스트레스지수’를 개발해 공표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탐방예약제, 선택적 입장료 징수, 휴식년제 등을 도입함으로써 공원생태계가 한계점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국립공원 제도가 도입된 지 어느덧 46년이 흘렀다. 무분별한 개발과 유원지로서 국립공원이 인식되던 시대, 자연보호를 위해 규제에만 치중하던 시대를 지나 앞으로는 보전과 이용이 공존하는 지혜를 찾아야 하는 시대다.
백규석(환경부 자연보전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