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지원 소환계획 없다더니… 하룻밤새 급반전 왜

입력 2012-07-18 19:27

검찰이 민주통합당과의 전면전을 무릅쓰고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전격적으로 출석을 통보한 이유는 뭘까.

검찰은 지난 17일 오후 6시쯤 팩스와 전화로 박 원내대표의 변호인에게 일방적으로 소환 날짜를 알리고, 이 사실을 바로 공개했다. 언론의 확인전화에 박 원내대표 측은 “아직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급작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16일 대검을 항의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은 “채동욱 대검 차장이 ‘현재로서 박 원내대표 소환 계획은 없다’고 했다”고 다소 안도했다. 당일 오후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 관계자도 “진흙탕에 빠진 것처럼 (수사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수사팀 기류가 급반전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박 원내대표 소환 통보는 외부 요인에 의해 갑작스럽게 결정됐거나 검찰이 사전에 계획을 세워놓고도 철저히 ‘포커 페이스’를 유지했다는 말이 된다.

일단 제1야당의 원내 수장을 조사하는 문제인 만큼 소환 결정은 검찰 최고 수뇌부가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수사팀과 의견조율 없이 바로 이뤄진 정황도 감지된다. 실제 일선 수사팀은 소환 통보 직전까지 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박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치검찰’ ‘공작수사’라고 비난하면서 검찰 개혁을 공언했다. 따라서 박 원내대표의 연설을 듣고 분노한 검찰이 곧바로 소환 계획을 잡았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원래 17일에는 소환 통보가 결정되지 않았었다”며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보고 시기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선자금 수사에 부담을 느낀 검찰의 물타기라는 분석도 나왔다. 당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재판에서 “파이시티에서 받은 6억원은 한나라당 경선자금 명목”이라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달갑지 않은 상황들을 반전시킬 카드가 급히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가 출석을 거부할 게 뻔한 상황에서 검찰이 정치적 계산을 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박 원내대표 문제를 공론화해 정치권에 떠넘기면서 스스로 부담을 덜고, 박 원내대표가 출석하지 않더라도 보강 수사할 시간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