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은행까지 CD 금리 담합 의혹 조사 안팎… 이틀째 금융기관 뒤져 ‘금리 담합’ 확신한 듯
입력 2012-07-18 22:05
공정거래위원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 이틀 사이 증권사에 이어 은행까지 전방위 조사에 나서는 등 속전속결 분위기다. 담합과 관련된 ‘물증’이 확보됐거나 개별 업체의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를 토대로 조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 전격 현장조사 배경은=공정위는 보통 어느 정도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다음 현장조사에 나서 왔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18일 “통상 담합과 관련된 조사는 신중을 기하는 편”이라면서 “이틀에 걸쳐 CD와 관련된 전 금융기관을 뒤지는 것을 보면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CD 금리 담합 여부 조사는 공정위가 변동금리부 대출 등 금융 분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변동금리부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는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한 단위 농·축협과 수협·신협 등 69개 단위조합에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대출 문제 해결을 위해 공정위가 은행권의 금리 인하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6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000조원에 육박한다. 대출금리가 1% 포인트만 낮아져도 연간 10조원 정도의 추가 소비 여력이 생길 수 있다.
◇유명무실 CD 금리, 담합 개입 여지 커=CD 금리는 실세 금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시중금리가 떨어져도 CD 금리는 내려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CD 발행액도 최근 크게 줄었다. 올 상반기 CD 발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1% 감소한 5조8000억원이다. 2010년 1월 9조5000억원을 넘었던 CD 거래량은 지난 6월 말 현재 2조25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공정위는 CD 금리가 다른 금리와 달리 상당 기간 고금리를 유지해온 배경에는 은행과 증권사 등 CD와 관련된 금융회사의 담합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CD의 발행과 유통 구조를 보면 금리를 담합할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CD 금리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증권사들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금리를 보고하고 평균치로 정해진다. 더욱이 CD 금리는 증권사들이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CD를 발행하는 은행들이 CD 금리를 좌우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담합으로 금리를 높일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은행과 증권사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 은행은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 가까이가 CD 금리에 연동해 이자가 정해지는 만큼 금리가 높을수록 더 많은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다. 증권사도 CD 금리와 연동된 파생상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CD 금리의 등락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진다.
◇뒤늦은 CD 금리 대안 마련=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CD 발행 물량이 크게 줄면서 지표금리로서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이를 대체하거나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한국은행, 시중은행 등은 지난해 말부터 태스크포스를 꾸려 CD 금리 대체 지표 개발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놓진 못했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CD 유통시장에 유동성이 없기 때문에 CD 금리는 왜곡돼 있고, 기준금리로서 자격미달”이라면서 “자본시장 입장에서 보면 제 기능을 못하는 CD 금리는 빨리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맹경환 이경원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