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디플레이션 우려 확산… 중국 등 세계 경제 침체 여파

입력 2012-07-18 22:09


경기후퇴(Recession) 국면을 맞고 있는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로존 침체가 장기화되는 데다 세계경제 엔진인 중국의 성장세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8일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갭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GDP갭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경제가 무기력증에 걸렸다는 의미다. GDP갭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9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디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될 경우 경기 둔화로 인해 수요가 공급을 따라오지 못한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해도 시장 구매력이 떨어져 판매가 줄어든다. 생산 감소가 고용 감소로 이어지면서 다시 소비가 급감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도 있어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경우 부동산값 폭락으로 인해 대규모 가계 파산이 이뤄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에게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침체는 디플레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 지난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6%를 기록, 3년 만에 8% 이하로 떨어졌다. 고용 유지를 위해 최소한 8%를 유지해야 한다는 ‘바오바(保八)’ 정책이 실패한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도 전월 대비 2년 사이 가장 큰 폭인 0.6%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디플레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유럽 경제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실업률은 1995년 이후 최고치인 11.1%를 기록했다. 유로존 17개국 중 7개국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유로존의 ‘희망’으로 떠오른 독일의 경기 역시 불안하다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유로존 침체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급기야 IMF는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판 보고서에서 유로존 경기 둔화 및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글로벌 디플레를 경고했다. 특히 수출 의존국의 경우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무역의존도가 97%에 육박하는 만큼 글로벌 디플레 충격이 극심할 전망이다. 실제 상반기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는 107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급감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수출 하락과 내수 부진으로 공급을 수요가 따라잡지 못하는 ‘디플레이션 갭’을 겪고 있다”면서 “전반적인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현재 정부가 발표한 대책으로는 디플레 공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취득세를 축소해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한다. 한은도 기준금리를 한두 번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