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원수’칭호… 이영호 숙청 이틀 만에 군부 전권 장악 과시
입력 2012-07-18 22:29
북한이 18일 29세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얼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공화국 원수’ 칭호를 부여했다. 인민군 총참모장이던 이영호를 숙청한 지 이틀 만에 나온 이번 조치는 ‘김정은 유일지배체제’ 공고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북한 매체는 오전 ‘중대보도’를 예고한 데 이어 낮 12시 “노동당 중앙위와 당 중앙군사위, 국방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 공화국 원수 칭호를 수여할 것을 결정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매우 상징적인 원수 계급 부여를 통해 군부 실세 이영호 숙청 이후의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김정은의 지배력을 더 확고히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0년 9월 제3차 당 대표자회의에서 대장 칭호를 받은 김 제1위원장은 2년 만에 차수를 건너뛰어 원수로 두 단계 승진해 빨치산 출신 이을설 전 호위사령관과 함께 북한군 인사 중 가장 높은 계급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 전 사령관은 일반 군 계급인 ‘인민군 원수’여서 북한 통치자를 뜻하는 ‘공화국 원수’와는 차이가 있다. 원수보다 높은 대원수는 지금까지 김일성 주석(사망 2년 전 추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사망 이후 추대)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열어 “북한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관련국들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군 실세(이영호)의 갑작스러운 실각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어서 회의가 소집됐다”며 “북한 권력 내부 움직임과 군사동향 등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전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는 김성환 외교통상부, 김관진 국방부, 류우익 통일부 장관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하금열 대통령실장,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 군 당국은 북한군의 돌출행동 가능성에 대비해 첩보수집 수단을 늘려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미군 측이 주일미군에 배치된 RC-135와 E-3 정찰기의 한반도 출격 횟수를 늘렸다”면서 “양국 군이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작전수행 시스템을 점검하고 북한 군부대 동향을 정밀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논평을 내고 “우리는 김정은 동지와 조선노동당 영도 아래 북한의 각종 사업이 순조롭게 발전하기를 축원한다”고 밝혔다.
신창호 기자,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