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지역 군사력 강화 ‘이란 압박’… 미사일 대비 카타르·UAE에 레이더 기지-MD망 설치
입력 2012-07-18 21:44
미국의 대중동 정책 변화가 심상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카타르에 미사일 추적용 비밀 레이더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동 지역에 미사일 추적용 X-밴드(주파수) 레이더를 설치하기는 이번이 3번째다. 이스라엘과 터키에도 미국의 미사일 추적 레이더기지가 있다. 카타르 레이더기지가 완공되면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관련 동향을 3겹으로 감시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인 THAAD(최종단계 고고도 지역방어) 시스템도 다음 달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설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WSJ는 보도했다. THAAD는 X-밴드 레이더로 감지하기 어려운 장거리 미사일과 로켓을 추적, 요격할 수 있는 방어체계다. 해상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하는 UAE에 THAAD가 설치되면 해협 봉쇄 카드를 내세웠던 이란엔 치명타다. 9월에는 걸프만에서 약 20개국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기뢰제거 해상훈련도 실시한다.
미 국방부의 중동 방어력 강화는 이란의 핵 도발 억지가 1차 목표지만, 이란 핵시설 파괴를 공언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달래는 효과도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스윙스테이트(경합지역)의 유대인 표 공략이 필요한 오바마 정부의 계산도 작동했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외교 정책에서도 우선순위의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17일까지 지구를 한 바퀴 돌며 프랑스-아프가니스탄-몽골-일본-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이집트-이스라엘을 순방한 여정은 출발과 끝이 중동이었다. 프랑스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시리아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을 촉구했고, 이집트에서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과 기존 권력집단인 군부 사이의 단합을 주문했다.
뉴욕타임스는 “재스민 혁명 이후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새로운 이슬람 세력이 부상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중동 외교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문제를 최우선으로 삼고 테러 세력과 이슬람 세력을 구분하지 않았던 미국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