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장애·문서 위조 피해도 무조건 고객 책임… 은행 불공정 약관 개선키로

입력 2012-07-18 19:04

‘컴퓨터의 고장이나 장애 등으로 서비스가 지연되고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은행은 책임이나 의무를 지지 않는다.’ ‘팩스거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고객은 금융거래 비밀 유지 또는 정보보호 규정 위반을 주장할 권리를 포기한다.’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적용되던 은행의 이 같은 불공정 약관들이 개선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개 국내외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각종 금융상품 약관을 점검한 결과 36개 조항에서 문제를 발견, 금융당국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18일 밝혔다.

불공정 약관 중에는 문서 위조 사고에 대한 면책 조항, 전산장애 손해를 고객에게 떠넘기는 내용이 많았다. 도이치은행은 ‘팩스거래 지시와 관련된 손실에 대해 은행은 책임을 지지 않고, 고객은 은행을 면책해야 한다’는 불공정 조항을 유지하다 적발됐다. 대구·도이치·부산·씨티·중소기업은행 등 5곳은 ‘거래처의 인감이 날인된 서면청구서가 있으면 누구든지 은행이 발행하는 자기앞수표를 받을 수 있고, 문서 위조로 인한 손해는 거래처가 부담한다’고 강제하다 시정 요청을 받았다.

고객에게 따로 통지하지 않고 은행 편의대로 일처리를 할 수 있게 한 약관도 시정 대상이 됐다. 저축예금이 만기되면 고객에게 묻지 않고 일반예금으로 자동 전환하던 관행, 적금 계약기간이 만료됐을 때 해지 신청이 없으면 자동으로 재예치를 하던 관행 등이 개선될 전망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은행 약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2개 은행이 40개 약관 조항을 스스로 고쳤다. 이유태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은행뿐 아니라 신용카드·금융투자·저축은행업계의 약관도 순차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