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는 명품”… 연기·스토리·명대사 ‘환상의 3박자’ 시청률도 잡았다

입력 2012-07-18 18:59


SBS 월화극 ‘추적자’가 17일 막을 내렸다. ‘추적자’는 배우들의 빛나는 호연과 묵직한 스토리를 힘 있게 밀어붙인 견고한 대본을 바탕으로 ‘명품 드라마’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리얼하게 그려냈다는 점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18일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추적자’ 마지막회(16회) 시청률은 25.1%로 집계됐다. 지난 5월 28일 첫 방송 당시 시청률 10%를 기록하며 시작이 미미했던 점을 떠올리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정계와 재계, 언론, 검찰 등 무거운 소재를 택해 ‘남성 드라마’로 분류되곤 했지만 성별 시청률 조사를 보면 되레 여성들의 지지가 높았다는 점도 특징이다. 1∼16회 성별·연령별 평균 시청률 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집단은 여성 50대(12.2%), 여성 40대(12.1%)였다.

이 드라마가 이토록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문가들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우선 거론한다. ‘추적자’엔 톱스타가 등장하지 않았는데, “캐스팅의 공식을 깨뜨렸다”(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는 평가가 있을 만큼 이는 ‘미니시리즈 시장’에서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손현주 김상중 등 검증된 중견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이 ‘추적자’를 빛나게 만들었다. 특히 한오그룹 서동환 회장을 연기한 원로배우 박근형은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본근 SBS 드라마본부장은 “박근형의 연기는 예측 가능한 수준을 뛰어넘어버렸다”고 격찬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작품을 ‘명품’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극의 내용이었다. 권력 앞에 정의가 힘을 잃는 모습은 대한민국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추적자’엔 ‘정치 검사’ ‘전관예우’ 등 법조계의 이면과 기업을 불법 승계하는 재벌가의 모습, 심지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갈등까지 우리 사회의 온갖 문제가 망라됐다.

이런 장면에 ‘명대사’까지 포개져 작품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 예컨대 위선으로 똘똘 뭉친 대선 후보 강동윤(김상중)은 정치를 이렇게 정의한다. “정치란 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냐.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거지.”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서동환 회장이 자신의 힘을 은연중 과시하며 쏟아낸 발언도 폐부를 찔렀다. “대통령이 모라꼬? 로마로 치자면 평민들이 뽑는 호민관 아이가. 이 나라는 고 위에 원로원, 집정관, 황제가 있데이.”

시청자들은 ‘추적자’ 종영에 아쉬워하며 제작진과 출연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날 ‘추적자’ 시청자 게시판엔 “내 인생 최고의 드라마다” “‘추적자2’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글이 잇따랐다.

아울러 ‘추적자’를 집필한 박경수 작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삼가는 그는 1998년 MBC 베스트극장 공모에 ‘설사약 권하는 사회’로 당선돼 입문했지만 10년 넘게 무명의 시간을 보낸 ‘중고신인’이다. 박 작가에게 ‘추적자’는 첫 단독 집필한 작품. 17일 밤 경기도 고양시 한 음식점에서 열린 종방연에서 그는 “고생한 배우와 스태프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 작가와 인연이 깊은 드라마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 관계자는 “박 작가는 ‘천재형 작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BS는 ‘추적자’ 성공으로 최근 박 작가와 30회 집필 계약을 맺었다. 그의 차기작은 내년 상반기 안방극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