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원수 칭호] 군부 강경파 제거… 김정은, 대외 유화 제스처?

입력 2012-07-18 22:31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8일 원수 칭호를 받고 형식상으로도 군 최고 계급에 올랐다. 그의 측근인 현영철 전 8군단장은 해임된 이영호의 후임으로 인민군 총참모장이 됐다. 군부 강경파를 제거한 김 1위원장이 향후 대외적으로 유화 제스처를 취할지 주목된다.

◇김정은식 군부 개편 완료=지난해 12월 2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결식에서 운구차를 호위하는 8명 중 4명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이 가운데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장과 이영호 총참모장은 사실상 숙청됐다.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도 지난 4월 자리를 김정각에게 넘겨준 뒤 입지가 예전같지 못하다는 평이다. 결국 김정각 인민무력부장만 살아남은 셈이다.

반면 7개월 동안 민간 출신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군 영향력은 강화됐다. 현영철은 이날 김 1위원장의 원수 추대를 축하하는 인민군 장병 결의대회에 토론자로 참석했고, 조선중앙방송은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현영철 동지’라고 소개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09년 1월 후계자 지명 이후 꾸준히 이어진 김정은식 군부 개편이 완료됐다고 볼 수 있다”며 “강경파로 대변되는 신군부의 입지가 약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행동으로 보여줄까=김 1위원장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주도한 군부 강경파의 입지를 약화시킨 것이 대외적으로, 특히 미국에 대한 유화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군 입김이 약해지고 당의 장악력이 확고해지면서 북한이 대외관계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산권에서 극히 이례적인 부인 추정 인물 공개, 미국 ‘록키’ 영화 관람 등 김 1위원장의 파격 행보도 이 같은 기대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최소한 연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북·미 간에 의미 있는 접촉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사람 몇 명 바꾼다고 본질이 바뀌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또 “한·미 양국의 대선이 있는 올해 안에는 북한이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이영호와 함께 천안함 사건 등 대형 도발을 주도해 온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비롯한 불만 세력이 돌출 행동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이영호가 숙청되고 서열 78위의 현영철이 그 후임자가 될 줄 정부 내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향후 북한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