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강사에 무보험·불법개조 車 판쳐 ‘위험천만’
입력 2012-07-18 18:57
대학생 방학특수 노린 운전면허 불법교습 단속 현장
18일 오전 10시50분쯤 서울 잠실동 잠실사거리 교차로. 파란색 1t 포터 차량이 앞에 가는 흰색 운전면허학원 교습차량을 졸졸 따라 좌회전을 시도했다. 신호등은 이미 빨간불로 바뀌었지만 차는 완전히 교차로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운전학원단속팀 문동욱 경위는 차를 몰고 근처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포터 차량 안쪽을 살폈다. 백미러 방향이 조수석으로 꺾여 있었다. 백미러가 운전자가 아닌 조수석에 앉은 강사의 시선에 맞춰진 것이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시선이 정면에 고정된 채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문 경위는 곧바로 불법 운전교습 차량임을 알아차렸다. 조심스럽게 따라가면서 지켜보니 운전자는 주변 차량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운전하는 걸로 미뤄 불법교습을 받는 게 확실했다. 운전자에게 무작정 도로주행 시험 코스만 외우도록 연습을 시키는 것으로 보였다. 단속 시작 10분 만에 불법교습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3대나 눈에 띄었다.
문 경위는 그러나 이들 차량을 뒤쫓지 않고 유턴했다. 면허도 없는 수강생이 운전대를 잡고 있어 급히 뒤쫓으면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때로는 강사가 보조석에 불법 설치된 보조 액셀 페달을 무작정 밟아 신호도 무시한 채 도주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어차피 불법교습 차량도 면허시험 주행코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문 경위는 종점 부근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조금 전에 봤던 그 차량이 도착하자 곧바로 검거했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김모(44)씨는 대학생에게 면허시험 합격을 보장해주겠다며 30만원을 받고 도로주행 교습을 하는 중이었다. 김씨의 차량은 사업자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고, 조수석엔 불법 개조한 보조브레이크가 설치돼 있었다. 김씨는 경찰에 붙잡히자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어딘가로 분주하게 연락을 시도했다. 불법교습이 의심되던 다른 차량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문 경위는 “불법 강사들은 단속이 뜨면 신속히 주변에 알리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방학에 들어가면서 이런 불법교습 차량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전문 운전교습 강사도 아닌 데다 불법 개조한 무등록 차량을 이용하고 있어 늘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경찰청은 매년 140∼180건가량의 무등록 교습차량을 단속하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보통 시간당 3만∼4만원씩 받고 불법 운전교습을 한다. 도로주행 시험 합격을 보장한다며 30만원을 받기도 한다. 운전면허학원보다 교습료가 싸 수강생은 주로 대학생들이다. 최근 인터넷에 광고글을 올려 대학생을 모으거나 면허학원 주변에서 명함을 건네는 호객 행위도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교습 차량은 대부분 보험 가입이 안 돼 있어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이 수강생에게 떠넘겨진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교습 차량은 보조 브레이크조차 없는 경우도 많아 수강생들이 실수를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