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해양플랜트가 살길”… 건설 “우린 중남미로 간다”
입력 2012-07-18 22:18
“불황 타개” 신시장 개척 몸부림치는 업체들
‘신(新)시장 개척.’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는 조선업체와 건설업체들이 내건 슬로건이다. 위기 때 움츠리면 오히려 도태될 수 있다는 업체들의 생존 본능이 작동한 것이다.
◇해양플랜트를 뚫어라=상반기 수주 실적이 반 토막 난 조선해양업계는 상선 건조의 ‘조선’보다 에너지 설비 중심의 ‘해양’ 쪽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선박건조 지급보증이 필요한 일반 상선 분야는 돈줄이 끊긴 반면, 고유가 여파로 심해에서 원유 가스 등을 탐지·시추하는 해양플랜트 시장은 2010년 1400억 달러에서 2020년 320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18일 동남아시아 석유회사로부터 4억2000만 달러 규모의 가스가압플랫폼 발주통보서(LOA)를 받았다고 밝혔다. 가스가압플랫폼은 해저 가스전 시추 때 공기로 압력을 넣어 추출하는 설비다. 말레이시아 코타바루 북동쪽 해상에 설치될 이 가스가압플랫폼은 하루 110만㎥의 가스를 처리한다. 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로부터도 가스생산플랫폼 하부구조물에 대한 발주의향서를 받아 9월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저유전 시추장비인 드릴십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상반기 6척의 드릴십을 수주했고 7척가량의 드릴십 옵션계약도 보유하고 있다. 드릴십은 가격이 최고 1조원에 달하며 대형 선박보다 가격이 수십 배 비싸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2조6000억원의 세계 최대 규모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인도를 마쳤고 잠수함 기술이 적용된 반잠수식 시추선과 드릴십 설비 수주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블루오션을 찾아라=현대건설 정수현 사장은 요즘 직원들과 만나면 “앞으로 건설사 직원들이 배워야 할 제2외국어는 스페인어”라고 강조한다. 서울 계동 본사 인재개발원에 지난 4월부터 스페인어 강좌가 개설된 것도 정 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불황 타개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 건설 수주의 주력시장이었던 중동은 중국, 유럽 등 업체와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여야 하는 ‘레드오션’이 된 상태”라며 “여전히 ‘블루오션’인 중남미 시장 개척을 위해 스페인어는 필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의 노력은 지난달 베네수엘라에서 29억9500만 달러 규모의 베네수엘라 정유공장 공사를 수주, 남미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GS건설도 지난해 말 세계 10위권 물 처리 전문 업체인 스페인의 ‘이니마(Inima)’를 인수했다. GS건설은 이니마 인수에 수처리 플랜트 사업 진출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GS건설 측은 “이니마는 브라질, 멕시코, 아프리카 등 우리가 진출하지 못한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해왔다”며 “이니마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동, 아시아에 편중된 수주 시장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시장 개척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동부의 세아라주 뻬셍 산업단지에서 CSP 일관제철소 착공식을 가졌다. 43억4000만 달러 규모인 이 프로젝트는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사상 최대 규모다. 대우건설도 지난달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으로 5억 달러 규모의 엘하라쉬 하천복원사업 계약을 따냈다. SK건설도 지난해 9월 파나마에서 6억6200만 달러 규모의 파나마 내 최대 화력발전소인 ‘파코(PACO) 플랜트’ 신설 공사를 수주했다.
한장희 우성규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