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옹기·발효음식 어울림이 질박하다…아산 호서대 옹기발효음식전시체험관

입력 2012-07-18 20:22


독정, 지통, 소줏고리, 좀도리쌀독, 어미독, 약뇨병, 쌍심지등잔, 불씨통, 씨앗단지, 허벅, 확독, 확…. 알 듯 모를 듯 생소한 단어의 공통점은 옹기로 만들어졌다는 것. ‘숨쉬는 그릇’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는 옹기는 양념단지와 장독은 물론 화장실의 오줌똥을 담아 나르는 장군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다양한 전통 질그릇이다.

충남 아산의 도고면 신언리는 도고옹기로 유명한 마을. 도고옹기의 유래는 구한말로 거슬러 오른다. 천주교 박해를 피해 금산리 갈티마을 등에 정착한 주민들이 소규모로 옹기를 굽다 6·25전쟁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도고옹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도고옹기는 빛깔이 곱고 모양이 유려할 뿐 아니라 품질이 우수해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렸다. 당시 옹기장 70명이 5개의 가마에서 옹기를 구웠으나 1980년대 들어 플라스틱 그릇이 옹기를 대신하면서 쇠퇴해 현재는 충청남도 지정 무형문화재인 이지수 옹기장이 홀로 도고옹기의 명맥을 잇고 있다.

16세 때부터 옹기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지수씨는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기물레를 마다하고 발물레를 고집하는 옹고집 옹기장이. 황순원 단편소설 ‘독 짓는 늙은이’에 나오는 송 영감처럼 이지수 옹기장이 구슬땀을 흘리며 발물레를 돌리기 시작한 지 30여분. 가래떡처럼 뽑아 놓은 진흙이 바닥이 좁고 아가리가 넓은 항아리인 수박동이로 탄생한다.

금산리에서 3대째 도고옹기의 맥을 잇고 있는 이지수 옹기장에게 최근 작업장이 하나 더 생겼다. 새 작업장은 지난해 4월 도고면 신언리에 개관한 옹기발효음식전시체험관. 호서대 산학협력단에서 운영하는 옹기발효음식전시체험관은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옹기 수백점이 전시된 옹기전시관을 비롯해 옹기체험관, 발효음식체험관, 가마터, 진흙놀이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흙으로 직접 옹기를 만들면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 구워 택배로 보내주는 옹기체험관은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 옹기 제작 과정을 교육 받은 후 접시 등 소품을 만드는 재미가 그만이다. 옹기체험관에서는 8월 15일까지 전문가의 지도로 ‘우리가족 문패’를 만드는 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비는 가족단위 2만5000원. 우수작은 심사를 통해 쌀항아리 등을 선물로 보내준다.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 발효식품과 옹기의 만남은 선조들의 지혜가 맺어준 천생연분. 발효음식체험관에서는 계절별로 메주, 고추장, 된장, 간장, 마늘쫑 등 발효음식을 전문강사 지도로 만들어 보는 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요즘은 청국장 가루를 백년초가루, 단호박가루, 녹차가루 등과 섞어 반죽한 후 초콜릿 등으로 모양을 내서 오븐에 구워내는 청국장 쿠키 만들기 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참가비는 1인 7000원.

서울에서 전철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아산은 동양 4대 유황온천으로 유명한 도고온천을 비롯해 온양온천, 아산온천 등이 지척이다. 도고온천과 옹기발효음식전시체험관은 도고온천역에서 1㎞ 거리. 401번, 410번 시내버스가 15분마다 1대꼴로 운행된다.

도고온천을 대표하는 파라다이스스파도고는 온천욕과 물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휴양지. 오후 4시 이후에 입장하면 요금을 4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여름에 새롭게 선보인 캐러밴 캠핑장은 2층침대와 에어컨, 샤워실, 화장실 등을 갖춘 최신 6인용 캐러밴 30대를 갖추고 있다. 파라다이스스파도고를 이용한 고객이 영수증을 제시하면 옹기발효음식전시체험관 입장료를 20% 할인해준다(옹기발효음식전시체험관 041-549-0075).

이밖에도 아산에는 사철 3000여 종의 꽃이 피고 지는 도고면 봉곡리의 세계꽃식물원(041-544-0747)을 비롯해 정원과 동물농장이 아름다운 영인면 월선리의 피나클랜드(041-534-2580), 형형색색의 연꽃이 피고 지는 신정호 연꽃단지, 외암민속마을, 현충사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아산=

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