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문화관… 비움을 채워주는 강변 쉼터 (上)] 부산 을숙도 낙동강문화관
입력 2012-07-18 18:28
지난 5월 개관한 한강문화관 등 4대강 문화관이 지역의 역사·문화와 어우러져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시원한 강바람과 물소리, 그리고 강변에 조성된 야외캠핑장과 피크닉장, 자전거길, 카누장 등은 수변레포츠 공간으로도 인기. 여기에 물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작품이 볼거리를 더하는 한강문화관(경기도 여주 강천보), 낙동강문화관(부산 을숙도), 금강문화관(충남 부여 백제보), 영산강문화관(광주 승촌보)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강원도 태백 황지연못에서 발원한 ‘영남의 젖줄’ 낙동강은 1300리를 달려 부산 을숙도에서 태평양의 품에 안긴다. 낙동강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은 낙동강문화관은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을숙도의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유리 외관이 멋스런 낙동강문화관은 ‘을숙도 물 문화관’을 리모델링한 것.
4대강 문화관 중 유일하게 보가 아닌 섬에 위치한 낙동강문화관은 ‘낙동강 3낙 여행’을 주제로 꾸며졌다. 3낙은 변화하는 즐거움을 표현한 낙동(樂動), 보는 즐거움을 나타낸 낙동(樂瞳), 노는 즐거움을 실현한 낙동(樂童)을 말한다. 문화관 입구의 투명한 플라스틱 원통 속에는 소망을 담은 1000개의 종이배 등이 전시돼 있다.
낙동강문화관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은 CF 및 뮤직비디오로 유명한 차은택 감독의 영상물. 물의 순환을 감성적 영상으로 소개한 ‘뷰티풀 리버’, 보 건설에 사용된 첨단기술을 미디어 그래픽으로 표현한 ‘호프풀 사이언스’ 등 아름다운 영상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폭포처럼 떨어지는 빛의 입자가 관람객의 신체에 닿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하는 변지훈 작가의 ‘득음’과 5대의 카메라를 통해 다양한 점을 표현한 손미미 작가와 엘리엇우드의 ‘김치앤칩스’도 볼거리. 노승관 작가의 ‘을+숙=ㅇㅡㄹㅅㅜㄱ’은 을숙도 철새와 맑은 물을 주제로 한 인터랙션 미디어 작품으로 자음이 새처럼 날아가고 모음이 물결처럼 굽이친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과 휴게공간도 돋보인다. ‘어린이 물길여행’ 코너에는 낙동강의 지형적 변화 등이 어린이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주민친화공간인 ‘생각나눔’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다양한 강좌도 열린다.
부산시민들의 휴식공간인 을숙도는 국토종주자전거길의 시점이자 종점. 낙동강문화원 앞에 위치한 국토종주자전거길 조형물 앞에는 인천 정서진을 출발해 한강∼남한강∼문경새재∼낙동강 633㎞를 달려온 자전거 마니아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부산하다.
수자원공사 부산권관리단 건물 옥상에 설치된 낙동강하굿둑전망대는 을숙도와 낙동강, 그리고 낙동강하굿둑이 파노라마로 펼치지는 명소. 전망대에 오르면 바다처럼 드넓고 호수처럼 잔잔한 낙동강과 부산 앞바다가 10개의 수문이 설치된 하굿둑을 경계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생김새가 길쭉한 주머니 같아 ‘조마이섬’으로 불려온 을숙도는 1960∼1970년대 부산 청춘남녀들이 황포돛배를 타고 찾던 데이트 명소. 상류의 일웅도와 하류의 을숙도가 낙동강하굿둑 건설로 하나가 되면서 지금은 통칭 을숙도로 불린다. 옛 을숙도는 지금도 습지가 잘 보존돼 한 해 40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는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낙동강하구 생태에 대한 자료를 알기 쉽게 전시한 곳으로 갈대숲 사이의 습지에서 노니는 쇠백로, 황로, 후투티 등 여름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을숙도를 비롯해 부산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시티투어버스(051-464-9898)를 이용하면 된다. 부산역에서 오전 9시40분과 오후 2시10분에 출발해 자갈치시장, 영도대교, 송도해수욕장, 다대포·몰운대, 아미산전망대, 을숙도를 거쳐 부산역으로 되돌아온다(낙동강문화관 051-292-1042).
부산=글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spark@kmib.co.kr